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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의 결과를 점검하라

신오덕 2015. 3. 26. 15:41
[기자 24시] 일동제약 주총과 주주자본주의
기사입력 2015.03.22 17:35:35 | 최종수정 2015.03.23 1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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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동제약 주총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휴대폰에 다른 제약회사 홍보팀 관계자의 전화번호가 떴다. 그가 어디냐고 묻길래 `소문난 잔치엔 역시 먹을 게 없다`고 선문답을 했다. 그 소문난 잔치가 누구 집 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챈 그 관계자가 은근히 비아냥댔다. "광고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언론들이 녹십자의 주주제안과 이사 선임 시도를 냉랭한 시선으로 다루면서 일동제약의 잔치인 주총장에까지 찾아가 관심을 보인 것을 빗댄 얘기다.

일동제약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하는 일반약 비중이 높아 전문약 비중이 높은 녹십자보다 광고 집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매체들이 주요 광고주에게 유리한 기사를 쏟아냈다는 의미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9일 1면 톱기사를 통해 일동제약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주주제안서를 발송해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정보를 입수하고, 양측에 사실을 확인한 뒤 내보낸 취재기사였다. 기사가 나간 뒤 `녹십자가 특정 언론에 내용을 흘렸다`는 억측이 제기됐다. 녹십자가 친일기업이라는 일동제약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들이 여과 없이 활자화되기도 했다.

기자는 주주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한 주주자본주의 활성화가 경영 건전성과 지속 발전을 이끈다고 생각한다.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 증대를 위해 의무를 다하는지 점검하고 견제하는 게 주주의 권리이자 의무다. 녹십자일동제약,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대해 일각에선 `적대적 경영 참여`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사실 최대의 배당을 얻고 싶은 주주의 당연한 의사 표시로 보인다. 기자는 이런 관점에서 취득한 사실을 객관적 관점에서 보도했다.

이날 일동제약은 주주들을 설득해 녹십자가 올린 안건을 무산시켰다. 회사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다수 주주들이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이 역시 주주자본주의 정착을 위해 의미 있는 사건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동제약 노조가 녹십자 경영진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과 함께 위협적인 피켓 시위를 벌인 것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기업문화의 단면으로 보여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