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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저를 읽고 느껴라

신오덕 2015. 3. 26. 15:39
[매경데스크] 茶山에게 제2롯데의 길을 묻다
박 시장 "민생 챙기겠다" 했지만 입점社 1200명 일자리 날아가
市, 외국 전문가 초빙해서라도 `진실과 괴담` 하루빨리 확답을
기사입력 2015.03.22 17:34:55 | 최종수정 2015.03.25 1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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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 정약용이 불후의 명저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저술한 것은 결국 굶주린 백성들 배를 조금이라도 더 채워주기 위해서였다. 당파정치에 진저리가 난다며 스스로 벼슬을 사양하고, 목민관(牧民官·지방 수령)들에게 진정한 구휼의 길을 일깨우려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올 신년사에서 다산을 언급했다. "정약용 같은 실학자들은 당대 주류정치가 도외시한 백성들 먹고사는 문제를 으뜸으로 삼았다. 서울시도 민생을 제일 먼저 챙기겠다"고.

잠실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작년 12월 일부 누수가 발생한 수족관과 스크린 떨림 민원으로 영화관이 문을 닫아 `반쪽 영업`을 한 지 100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 사이 하루 쇼핑몰 고객 수는 반 토막이 났고, 입점 업체 종업원들 일자리 1200개가 날아갔다. 입점 업체 매출 손실은 1000억원을 족히 넘는다고 한다.

지하 주차장은 더 가관이다. 하루 1만대(4회전 기준) 규모 최신식 주차장을 지어놓고도 실제 이용 차량은 400~500대밖에 안 된다. 서울시 지침으로 2시간이면 누구나 1만2000원(10분당 1000원)을 내야 하는 국내 쇼핑시설 중 딱 두 곳뿐인 `유료주차제` 때문이다. 주말엔 인근 아파트 단지나 노상에다 불법 주차를 해대니 인근 주민들 원성이 높다. 누구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 실상이 그렇다는 얘기다.

다급해진 롯데 측이 이달 초 서울시에 2차 안전점검 보고서를 제출했다. 1월 말 낸 1차 보고서에 대해 서울시 시민자문단이 추가 요구한 총 46개 항목까지 보강작업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안전점검에는 구조, 진동, 콘크리트 균열, 누수 등 분야별로 나눠 대한건축학회 소속 교수 20여 명이 참여했다. 결론적으로 영화관 , 수족관, 바닥 균열 등 논란이 된 부분은 (건물이 기울거나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구조안전과는 관련이 없다. 영화관은 건물이나 스크린이 아니라 영사기가 흔들려 생긴 문제여서 사실상 일주일 만에 바로잡았다. 수족관은 일본 등 다른나라에서도 초기에 종종 발생하는 문제다. 그래서 원시공사인 미국 레이놀즈 직원들이 한 달가량 누수 부분을 실리콘처럼 생긴 실란트로 메우는 코킹 작업을 했다. 아크릴 수조가 터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이중삼중 안전장치로 벽에 철골 빔을 추가로 덧댔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수족관과 영화관은 재개장을 허용해줬으면 하는 게 롯데 측 바람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려는 게 아니다. 매일경제가 최근 `제2롯데월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기획기사를 게재했지만, 인터넷 댓글에는 여전히 붕괴 위험성 등을 염려하는 불신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세월호 트라우마에다 국내 초유의 123층 초고층빌딩이니 전 국민이 안전 문제에 민감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서울시나 국민안전처가 `진실과 괴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서울시는 "롯데가 물리적인 보강은 물론 시민들 심리적인 안전장치까지 마련해야 재개장을 허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아무런 설명 없이 계속 영업중단 조치만 연장하면 괴담이 잦아들 리 만무하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일수록 "도대체 얼마나 위험하길래…"라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롯데에서 의뢰한 학회 보고서를 못 믿겠다면 서울시가 직접 두바이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초고층 빌딩공사를 관리감독해 본 전문가들을 초빙해 안전검사를 맡기면 될 일 아닌가. 그 비용은 당연히 롯데가 대야 할 것이다. 석촌호수 수위 저하가 제2롯데월드 공사 탓인지,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 등 다른 요인 때문인지도 서울시가 하루빨리 답을 내놔야 한다.

롯데는 24일 월드타워 100층 공사 완료 기념 겸 안전기원 행사에 박원순 시장을 초대했지만 서울시 측은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지난해 5월 이 현장을 딱 한 번 방문했을 뿐이다. 수원성을 짓기 위해 중국 서적까지 뒤적여 가며 거중기와 바퀴 튼튼한 수레(유형거)를 만든 다산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박 시장이 `진정한 목민관` 소리를 들을 방법이 그다지 먼 곳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설진훈 유통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