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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관개시설을 보고 배워라

신오덕 2015. 6. 5. 16:26
[박재현 칼럼] 서울이 멈춰섰다
기사입력 2015.06.03 17:20:14 | 최종수정 2015.06.03 17: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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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내륙 중심 도시인 청두를 최근 세 번째 방문했다. 꼭 가고 싶은 사적지를 찾았다. 두장옌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관개시설이다.

2300여 년 전 태수 리빙이 강물 줄기를 둘로 나눠 홍수 범람을 막아내고 관개용수로 쓸 수 있게 한 대토목공사의 현장이다. 상습 수해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청두평원이 중국에서 가장 비옥한 토지로 바뀌었다. 쓰촨성 주민들은 안정된 영농이 가능해져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이곳을 찾은 덩샤오핑은 조복만대(造福万代·만대에 이르는 복을 만들었다)라는 글을 남겼다. 태수 리빙의 선견지명에 놀랄 뿐이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적지로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지역 주민을 먹여살린다. 두장옌은 미래의 꿈과 불굴의 도전정신이 담긴 상징물이다.

청두가 다시 꿈을 꾸고 있다. 청두는 `財富之省 成功之道(재부지성 성공지도)`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도시의 글로벌화·현대화를 향해 뛰고 있다. 지난 5월 20~21일 청두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많은 한국 기업인들은 청두의 미래 비전에 놀랐다. 즐비한 고층빌딩과 펜타곤 3배 크기의 글로벌센터, 널찍한 도로, 넘치는 외제차 등을 보면서 중국의 더 큰 미래가 다가왔다. 청두시가 제시한 `2020 도시발전` 플랜은 원대하다. 2020년에 국내총생산(GDP) 2조위안(약 350조원)을 목표로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산업단지 개발 계획을 세웠다.

A기업인은 "20년 전 도로조차 없던 청두시가 5~10년 만에 천지개벽을 했다. 앞으로 20년 후에 얼마나 크게 바뀌겠느냐"면서 한국의 앞날을 오히려 걱정했다. B기업인은 "청두가 곧 서울을 앞설 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 못지않은 글로벌 최고 도시가 될 것"이라면서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이것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D기업인은 "서울은 그동안 뭘 했나. 한국은 멈춰 서 있다. 정치 싸움에다 과거에 함몰돼 한 치 앞도 못 나가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말한다.

기업인 눈에는 중국이 공산당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부러울 지경이다. 한국은 과잉 민주주의라 할까. 기업인은 공권력이 힘을 잃고 곳곳에 까다로운 행정 절차와 규제 암초로 제대로 되는 게 없는 한국을 한탄했다.

E건설기업인은 "초고층건물이 똑같지 않고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고 건축 기술이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중국 기업의 무서운 추격을 걱정한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이미 100개(미국 130개)다. F기업인은 "가오신취라는 전자산업개발구에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몰려오고 있다"면서 "도시 흡인력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청두시 인구는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1500만명에 달한다. 작년에 1400만명을 말하더니 100만여 명이 증가했다. 청두는 8개 위성도시를 합쳐 인구 4000만명의 메트로폴리스를 구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서울은 낙후된 도시다. 당장 인구가 줄어들어 2년 내에 1000만명 이하로 떨어진다. 세계 주요 도시가 인구를 늘리는 데 혈안인데 서울만 뒤처진 느낌이다. 일본에 자주 출장을 가는 한 기업인은 "도쿄가 긴자에 백화점을 과감히 허물고 새 빌딩을 올릴 정도로 도시 전체가 재탄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원순 시장 이후 `서울`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 건축물과 인프라 투자가 생각나지 않는다. 롯데잠실타워 정도다. 환경보호만 외치고 이런저런 이유로 도심 재개발을 미룬다면 서울은 삼류 도시가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한전 사옥 개발이 지체되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 갈등으로 건축허가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 10조원의 돈이 묶인 현대차는 애가 탄다. 지금은 속도전이다. 서울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중앙정부도 최근 내세울 만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없다.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같은 후속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소소한 지역 민원예산으로 돈이 샌다. 답답한 노릇이다. 두장옌같이 후손들이 대대손손 복을 누릴 좋은 대형 인프라 투자를 생각하자.

[박재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