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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륜을 가진 자도 은퇴는 한다

신오덕 2015. 7. 2. 12:46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39세 이승엽 은퇴, 생각하기 싫지만…

이헌재 기자

입력 2015-07-02 03:00:00 수정 2015-07-02 03:00:00

 

 

 

 

400호 홈런 기념 특별 제작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한 이승엽. 어느덧 프로야구 팬들은 홈런을 400개도 넘게 친 이 ‘국민타자’와 이별하는 방식을 고민할 때가 됐다. 동아일보DB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12년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한 ‘국민타자’ 이승엽(39)은 지난해 타율 0.308에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한 행사장에서 만난 이승엽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뜻밖에도 ‘은퇴’였다. 이승엽은 “선수 생활을 끝내기 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홈런보다 2000안타다.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2000안타를 달성하는 세 시즌 정도 후를 은퇴 시점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은퇴를 말하기엔 그의 실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1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이날까지 성적은 타율 0.314에 15홈런, 50타점이다. 통산 1789안타로 2000안타까지는 211개만 남겨 두고 있다.

지난달 3일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00홈런을 달성한 효과까지 더해져 그는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올스타 팬 투표 3차 집계에서 그는 131만4658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아직 최종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 역대 최다 득표(종전 117만4593표·2013년 LG 봉중근)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는 요즘도 ‘은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경기장에 나서는 듯하다. 그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을 먹는다고 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타석이기에 절실함을 갖는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야구가 더욱 재미있다고 했다.

많은 베테랑 스타 선수들이 이 지점에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이제야 야구를 조금 알 거 같은데 그만둬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야구를 내려놓아야 할 타이밍을 찾지 못하기 일쑤다.

대다수의 경우는 끝이 좋지 않았다. 선수는 자발적인 은퇴를 바라는 구단의 처사를 아쉬워했고, 구단은 자기 욕심만 차리는 선수를 좋게 보지 않았다. 팬들의 눈을 의식해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고, 영구결번이라는 영예를 주기도 했지만 그 속에 진심은 들어있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정작 그 팀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엽은 이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혹시 미련이 남을까 봐 틈날 때마다 자신의 목표와 은퇴 시기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이승엽은 ‘아름다운 은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 삼성의 이승엽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의 이승엽이기 때문에 더욱더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

2014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데릭 지터(전 뉴욕 양키스)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이자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2014시즌 전 “올해가 마지막이다”라고 은퇴 선언을 했다. 시즌 내내 지터의 ‘은퇴 투어’는 수많은 화제를 만들어냈다. 그가 방문하는 상대 팀들은 선물 공세를 펼쳤고, 상대 팀 팬들조차 떠나는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터에 앞서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전 뉴욕 양키스), 2012년 치퍼 존스(애틀랜타)도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다. 한국에서는 SK 김재현(현 한화 코치)이 2010년 시즌 전 은퇴를 예고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후 이승엽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그가 마음으로 정한 은퇴 시기는 그때가 돼야 정확히 나올 것이다. 좋은 야구 선수이기에 앞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인 그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다. 그가 은퇴 후에도 ‘전설’로 남기를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