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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중략)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안도현(1961~ ) ‘스며드는 것’ 중에서
맛있는 꽃게 철이다. 시 첫머리만 보고 좋아하는 음식 얘기려니 했는데,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울컥했다. 내 우울한 청소년기가 떠올랐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뒤 자식에 대한 무관심과 책임 회피로 우리가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다. 정작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걔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긴장하고 살다 보니 어릴 때 원망하던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이 시를 읽으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내가 어떻게 음악을 할 수 있었는지 돌아보면 그 기본 틀을 마련해준 분이 어머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쓴 엄마의 보호 덕에 음악이란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니, 나라면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자들에게도 그렇다. 실용음악이란 것이 사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학문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전공하는 아이들은 방치돼 있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아픔이 있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어미 꽃게 같이 감싸 안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눈물은 났지만 주변을 돌아보게 한 소중한 기억에 마음이 따듯해졌다.
함춘호 기타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