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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인테리어를 점검하라

신오덕 2015. 7. 16. 10:29

억만장자의 대문 안은 언제나 대중의 관심거리다. 호화로운 실내 인테리어와 가구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기 힘든 다양한 공간들과 소품들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과 들어맞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독특한 스타일의 현관 손잡이부터 실내 에스컬레이터까지 1% 상류층의 집은 인테리어 비용에만 강남 대형평수의 아파트 값이 넘게 소요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흔히 하이엔드 럭셔리 문화의 화룡정점은 ‘리빙’이라는 말이 있다. 24시간 생활하는 삶의 공간 속에는 패션이나 자동차에서 짐작하기 힘든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집안 여러 공간 가운데 가족 구성원이 모이고 손님을 맞이하는 거실은 집의 얼굴이자 그 시대의 문화트렌드까지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진 하이엔드 리빙문화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고자 강남부자들도 부러워할 만한 상위 1% 부자들의 거실을 들여다봤다.

 

UNIQUE and MODERN

 

화려했던 ‘앤틱’의 시절은 가고

키친과 거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고급주택의 인테리어 예 bulthaup seoul


인테리어 트렌드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대한민국의 하이엔드 리빙문화를 선도하는 지역은 강남이 아닌 평창동, 성북동, 한남동 등의 전통적인 부촌이었다. 하이엔드 리빙문화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넓은 평수의 대형주택이나 빌라를 중심으로 클래식하고 앤틱(Antic)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주를 이뤘다. 고급주택들을 채운 것은 밀물처럼 들어온 수십 개의 독일, 이탈리아 등의 수입명품 브랜드들이었다. 수입대리석과 무거운 톤의 원목 바닥재에 고풍스러우면서 화려한 샹젤리제 조명은 기본이었다. 지금도 TV드라마에서 많이 재현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평창동 재벌가’는 이 시기 유행하던 클래식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압구정·도곡동’ 강남부촌은 리뉴얼 중

 

2000년대 들어오며 강남을 중심으로 고급빌라와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다.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 명품 리빙브랜드들은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도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활용한 모던한 디자인의 인테리어 트렌드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분양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특히 일부 고급빌라·주상복합의 펜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모던한 스타일의 하이엔드 인테리어 트렌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보수적이던 평창동 등 전통적인 부촌에도 천편일률적인 클래식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의 리뉴얼이 시작됐다.

 

하이엔드 독일 키친브랜드 불탑의 김도균 과장은 “2000년대 들어선 주상복합도 비록 높은 분양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맞춤형 하이엔드 인테리어가 들어서기는 부족한 수준이었다”라며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꾸미는 ‘누드분양’이 가능한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고는 분양을 받자마자 인테리어를 뜯어내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재시공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신흥부자들의 증가와 전통 부촌의 리뉴얼이 늘어나며 하이엔드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4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건설업체들 역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정희환 까사미아 수석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최근에는 지어진 지 오래된 압구정 현대아파트,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 등 전통적으로 부자들이 몰려 사는 부촌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많이 진행된다”며 “특히 리뉴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타워팰리스의 경우 지금 한 동에 5~6곳이 인테리어 공사에 한창”이라고 밝혔다.

 


타워팰리스 75평형 인테리어 시공사례 비용 1억 5000만원대 by 까사미아

(위)배우 이유리 거실 시공사례 by 까사미아, (아래)체리쉬 홈데코 진행사례 2000만원대.


최고의 모델하우스는 ‘지인의 집’

트렌드 파괴·철저한 ‘Customize’가 대세

 

“정답도 없고 유행도 없다.”

 

최근 하이엔드 인테리어 트렌드를 묻는 질문에 10여 명의 전문가들은 모두 비슷한 답을 내놨다. 바닥재부터 가구 스타일까지 원하는 스타일이 명확해 특별한 트렌드를 짚어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조수경 체리시 홈데코 전문 디자이너는 “부자들의 인테리어 취향을 살펴보면 공간을 구성하는 조명, 가구, 바닥재, 소품 등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유명 작가의 명성에 따라 결정하기보다는 본인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유니크한 디자이너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의 하이엔드 인테리어 트렌드는 과거에 클래식하고 화려한 앤틱 스타일에서 세련된 모던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화려한 문양이나 호화로운 장식보다는 색이나 질감을 통해 볼륨감을 주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정희한 수석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최근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이나 한때 조명 받았던 앤틱 느낌의 인테리어는 중산층에서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오히려 최근의 하이엔드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며 “철저하게 모던하면서도 커스터마이즈를 통해 유니크한 스타일로 꾸미기를 원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기존에 없는 유니크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원하는 만큼 참고할 만한 공간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때 중요한 샘플이 되는 것이 지인의 집이나 리뉴얼을 끝낸 이웃집이다. 정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인테리어 시작단계에서 벌써 다른 집 사진을 찍어 가지고 오시는 분이 상당히 많다”며 “이 집에 쓰인 바닥재와 조명을 사용하고 저 집에 사용된 벽면도장과 빌트인 가구로 집을 꾸며 달라는 고객들도 있다”고 밝혔다.

 


홈파티가 럭셔리 문화에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넓고 튼튼한 원목식탁이 필수가구로 떠오르고 있다.

 

키친과 결합! 변신 중인 고급주택의 거실

 

거실은 전통적으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TV를 시청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가지 여가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현관을 포함해 집안의 많은 공간과 연결돼 전체 집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거실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은 물론 TV, 프로젝터, 셋탑박스, 오디오, 게임콘솔 등의 미디어 기기들은 각각의 방이나 무비룸이나 오디오룸 등 전용공간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실은 안락한 리클라이너나 안마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거실 밖으로 보이는 시원스러운 ‘뷰’(View)를 감상하거나 잠시 TV를 시청하는 휴식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테리어의 경우 창밖으로 보이는 조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꾸미기를 원한다는 것이 추세라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고급주택의 거실이야기를 하려면 주방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 비해 여러 기능이 상실된 거실은 최근 키친과 통합되거나 수렴되고 있다.

 

키친은 아직까지 가족들이 가장 자주 모이는 공간이다. 기능의 단순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거실은 이제 키친과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엔드 키친브랜드 라꼬르뉴의 이창호 부장은 “1990년 중반까지도 고급주택의 주방은 메이드룸과 연결되어 있을 뿐 집의 다른 공간과 단절돼 모습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냄새 문제로 특히 거실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주상복합을 비롯해 새롭게 지어진 빌라들을 보면 키친과 거실이 원베이로 통합된 설계가 거의 대다수다”라고 밝혔다.

 

‘덤웨이터(음식용 엘리베이터)’에 전용 에스컬레이터까지

연회장·파티룸으로 변신 중인 거실

 

키친과 결합되며 진화하고 있는 거실은 특히 손님을 맞이해 연회나 파티를 여는 사교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계가 모호해진 키친과 거실은 모던한 바로 구분되거나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주방에서 쓰는 바닥재, 마감재와 조화를 고려해 거실 플로링(Flooring)을 하며 TV장 등의 빌트인 가구도 고급 주방가전과 비슷한 톤의 제품들이 늘어났다. 불탑, 보피, 폭앤폴 등 글로벌 명품키친브랜드가 국내 하이엔드 거실인테리어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키친과 결합된 거실은 연회장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교모임에 지인이나 중요한 손님을 초대해 손수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홈 파티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 다수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남에 위치한 건축사무소 소속 디자이너는 “홈 파티를 위해 거실에 와인셀러를 만드는 데 1억원을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특급 호텔에 쓰이는 소재로 바와 조명을 그대로 사용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김도균 불탑 과장은 “복층주택의 경우 한 층의 거실은 아예 파티룸으로 꾸며지는 경우가 많다”며 “파티룸으로 올라가기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실내에 설계되고 파티룸에는 세컨 키친이 조성돼 간단한 재료손질과 음식을 데우는 인덕션이 들어서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많이 사용되는 덤웨이터(음식용 소형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