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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객에게 병원규정을 지키게 하라

신오덕 2015. 7. 24. 11:18
[매경춘추] 편안한 병실
기사입력 2015.07.23 17:40:31 | 최종수정 2015.07.23 2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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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병원에는 대개 환자 침대 옆에 성인 한 명이 간신히 몸을 누일 수 있는 보호자용 보조침대가 있다. 자녀나 부모 또는 형제가 입원하면 순번을 정해서 이런 보호자 침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간병을 하게 된다. 이는 가족이 입원하게 되면 환자의 치료 및 간병은 병원에 맡기고 그 외 가족들은 일상적인 자기 생활을 하는 다른 선진국들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병문안도 많다. 그러나 문병객 대부분이 병원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 정해진 면회 시간과 무관하게 수시로 병실을 드나들고, 외부 음식이나 동식물 반입 제한 규정을 어기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런 경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출입이 금지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질병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병실 문화가 반드시 후진적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가족을 직접 간호하거나 가까운 사람이 입원했을 때 병문안을 오는 우리만의 독특한 정(情)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실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회복을 위한 공간이다. 환자들을 격리하여 외부의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반대로 외부인들을 환자들을 통한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장소다. 따라서 이제는 현재의 우리 병실문화가 전염병 확산과 병원 내 감염에 얼마나 취약하고 위험한가를 냉철하게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 개선방법 중 하나가 보호자 없이 전문간호사들이 입원 환자들을 24시간 돌보는 포괄간호제의 확산이다. 필자가 속한 병원은 작년부터 전국에서 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병실 내 숙식 금지로 치료 공간 확보가 용이하고, 환경이 쾌적해지며,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전문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증가된다. 따라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지고, 원내 안전사고와 감염도 줄어든다. 보호자들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만족해한다. 포괄간호제도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병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독특한 병실 문화를 개선하여 편안하고 안전한 병실을 만드는 숙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이번에 우리가 지불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도 아프고 크기 때문이다.

[김영모 인하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