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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공천을 살펴라

신오덕 2015. 7. 29. 14:39
[기자 24시]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함정
기사입력 2015.07.28 17:23:16 | 최종수정 2015.07.28 17: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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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13석을 따냈다.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이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어 국회에 처음 진입한 이래 최고의 성적이었다. 군소 진보정당들이 오직 선거를 위해 합당했고, 제1야당과 연대를 통해 지역구를 양보받은 게 주효했다. 당시 통진당의 정당득표율은 10.3%였다. 우리나라 선거 방식은 1인 2표제다. 1표로는 지역구 후보를 뽑고, 다른 1표는 지지 정당에 투표해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하는 구조다. 통진당이 무려 10%가 넘는 지지율을 얻은 것은 지역구는 제1야당 후보를 뽑되 정당투표는 제2야당을 찍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 덕을 봤다. 그런데 만약 중앙선관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제안대로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당시에 도입됐다면 통진당은 무려 34석을 가져갔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지역구에서 전패하더라도 정당 지지율만큼 전체 의석이 자동 배정되는 게 독일식 제도의 핵심이다. 승자독식에 따른 사표(死票) 현상을 막고, 소수 정당의 출현을 보장하자는 취지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미 통진당 사례에서 상당한 부작용을 예견할 수 있다. 통진당은 총선에 앞서 비례대표 후보를 자체 경선을 통해 뽑았다. 절차적 민주성을 담보한 듯 보였지만 실상은 온갖 부정으로 얼룩져 있었다. 결국 `이석기류(類)`의 정체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고, 힘들게 쌓아올린 진보정당의 탑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거대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도 나눠 먹기식이긴 마찬가지다. 국민은 비례대표가 후보일 때는 물론 의원이 돼도 누구인지, 뭘 하는지 도통 모른다. 비례대표 확대를 지지하는 전문가들마저 현재 비례대표 의원들의 활동에는 낙제점을 준다. 사전 검증은 물론 사후 검증도 지역구 의원만 못하다.

비례대표 확대를 둘러싼 담론도 선후 관계가 전도돼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비례대표를 뽑는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게 먼저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은 연방의원 50%를 비례대표로 선출한다. 공천 투명성을 위해 선발 과정 일체를 녹취해 선관위에 제출한다. 1949년 공화국 수립 이후 66년간 `연정`의 경험을 갖고 있다. 장점이 많은 제도라도 침대 크기에 맞춰 사람 키를 늘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