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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단순한 삶의 수단이 아니다

신오덕 2015. 8. 11. 10:12
[김황식의 筆洞通信] 노동개혁, 부둥켜안고 뒹굴고 몸부림쳐야
기사입력 2015.08.10 17:41:30 | 최종수정 2015.08.10 18: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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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지금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문제입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노동개혁의 핵심도 일자리와 관련된 것입니다. 일자리는 단순한 삶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가치의 문제입니다. 복지이자 인간 존엄의 문제입니다. 사회 통합이자 국가 미래발전 전략의 문제입니다. 일자리, 나아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시대 최대의 과제입니다. 여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를 위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어왔고 일부 공감대도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그 실천 방향이 그렇습니다.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근로자의 연장근로 등을 줄여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도 추가로 만들 수 있지만, 근로자의 수입은 줄어들고 기업은 근로자 수가 늘어남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됩니다. 노동시장은 다중 구조화되어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의 유무, 원·하도급 등의 차이에 따라 일하는 사람들 간 격차가 심화되고 같은 일을 하고도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여 사회통합을 해치고 있지만, 기득권을 확보한 계층은 양보에 무심하고 기업은 비용절감 또는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등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제 임금체계로 성과와 보상 간 연계가 미흡하며,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결과 청년 등 신규채용 여력이 떨어지고 있어 성과연봉, 임금피크제 등 임금개편이 논의되지만, 기득권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청년들은 높은 취업 절벽 앞에서 절망하고 그로 인해 사회는 활력을 잃고 있고,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들도 정년보다 일찍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재취업도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리고 근로자의 안정적 지위 확보와 기업의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조화시키기 위하여 고용의 유연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 취약계층 보호와 재기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노사현장의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관행 정비 등의 문제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동안 활동이 중단되었던 노사정위원회가 다행히 다시 가동된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 작업은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참여 집단의 이해가 너무 팽팽하게 맞서 있고 양보 타협하는 문화가 우리에게 부족하고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관계 당사자들이 지혜와 열정 그리고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고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또한 도출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절차과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결론을 설정해놓고 그에 대한 명분과 지지세력을 내세워 밀어붙이거나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하여 갈등과 후유증을 남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실정에 비추어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라도 그런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노사정 세 당사자가 진정성을 갖고 나선다면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탁상에서 펼치는 도식적인 회의를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아무 조건 없이 참여해야 합니다. 정부는 양대 노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미리 선입견을 갖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밤낮과 회의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서로 부둥켜안고 뒹굴고 몸부림치는 그런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노동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께서도 이런 노력에 직접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대타협은 이루어질 것이고 설사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부득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명분을 얻고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확실하게 진입할 수 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네덜란드 병`에 시달리던 네덜란드가 노사정 3자 간의 `바세나르협약`에 의하여 치유받고, 통일 후유증에 시달리며 `유럽의 병자`라고 조롱받던 독일이 슈뢰더 총리의 용기 있는 `하르츠개혁`에 의하여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변모했던 것처럼 우리도 재도약의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선 `바세나르협약`형을 지향하고 다음으로 `하르츠개혁`형을 도모할 일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