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고 매력에 빠져라

[사물의 철학] CD(Compact Disc)-매혹이란 무엇인가
기사입력 2015.08.14 17:41:04 | 최종수정 2015.08.14 18:56:44	0 0 싸이월드 밴드

CD라는 사물은 참 이상하다. 은색이고 빛난다. 동그랗다. 시적이고 간명하다. 모양 그 자체로 대단히 명상적이고 명료한 사물이다. 구조나 작동 원리를 자세히 보면 더 시적이다. 마치 나뭇잎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CD는 빛을 이용해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이다. 플라스틱 원판 위에 은이나 알루미늄 막이 얇게 코팅되어 있고, 미세한 홈(피트)이 새겨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평평한 부분을 랜드라고 부르고, 홈이 파인 부분을 피트라고 부른다. 레이저로 CD 표면에 홈을 새겨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된 정보는 홈이 새겨진 표면에 레이저를 비춰서 읽어 낸다. 이때 레이저가 홈의 형태에 따라 다른 세기로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홈과 바늘 구조의 기술적 진보를 대표하는 것으로, 실제로 디스크에 닿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그 원리와 꼭 닮아서, CD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CD의 표면은 침묵이다. 대표적인 것은 음악 CD. MP3 파일로 듣는 것이 대세가 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음반 코너에는 CD를 고르는 사람이 많다. 포장에서 CD를 꺼내 플레이어에 넣기 직전의 두근거림. 나 또한 몇 손가락 안에 꼽는 신선함이자 설렘이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CD를 우리는 고른다. 아무리 그전 정보가 있다고 해도 이번 것은 다른 것이다. 모르는데 고른다. 모르고 고른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모르니까 고른다. 매혹은 그런 것이다. 모르는 것 안에 내재된 어떤 것과 닿는 것. 그것뿐일까? 매혹은 전위적인 것. 아는 것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모름이므로. 환함(아는 것)을 이기는 캄캄함이므로. 모름을 밀고 가는 모름이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드러난다. 그게 신비스러운 것이다. 매혹은 그 발음만큼이나 협곡을 갖고 있다. 음악을 꼭 듣지 않더라도 내가 CD를 자주 꺼내는 이유다. [함돈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