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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5. 8. 20. 14:29
[매경춘추] 애국가
기사입력 2015.08.19 17:44:00 | 최종수정 2015.08.19 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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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직장에서는 행사 때마다 애국가 제창을 한다. 순서가 되면 행사 주관 책임자로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수없이 준비했더라도 막상 알 수 없는 기술적 이유로 반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으니 생목소리로 부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 상황`으로 진땀 뺀 경험도 했기에 항상 직원들에게 `만에 하나`를 대비시킨다.

다행히 큰 소리의 반주가 나오면 안심이 된다. 간혹 진행자 실수로 반주가 작게 틀어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노랫소리는 민망할 정도로 작게 들릴 뿐이다. `왜일까?` `오랜만이라 어색해서?` `목소리가 튈까 봐?`

혼자라도 큰 소리로 목소리를 보태본다. 4~5년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영업 목표 달성 기념으로 팀장들과 함께 중국 포상여행을 다녀왔다. 상하이 골목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물은 초라했지만 빛바랜 사진 속 임시정부 각료들의 꼿꼿한 긴장감과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풀먹인 광목 저고리의 칼칼함 같은 청빈하지만 날이 세워져 있는 그런 긴장감이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에 대해 `나라는 크지만 싸구려 물건을 만드는,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몇십 년 뒤처져 있는 나라`라는 우월감이 있었다.

비용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중국에 가기 싫다는 직원들을 설득해 상하이로 끌고 간 거였다.

상하이의 개성 넘치는 마천루의 위용과 화려함, 휘황찬란한 야경에 압도당한 뒤였으니 뒷골목 임시정부 청사의 초라함에 직원들의 기는 완전히 죽어 있었다.

열대여섯 명 일행의 대오를 정돈하고 사장으로서 무언가 `의미 있는 말`을 찾던 중 불현듯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배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 문화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웃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일당 백`의 정신으로 노력하면 선진국 반열에 기필코 오를 것이다. 지금이 그때이고 우리가 그 일을 할 사람들이다. 자, 지금부터 대한민국을 위한 만세 삼창을 선창하겠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언제부턴가 애국가 순서가 되면 반주가 제대로 나올까 조마조마해하면서도 그때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의 만세 삼창을 떠올린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