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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분리는 최고 경영자의 결정이 중요하다

신오덕 2015. 8. 21. 12:26
[기고] `보건부 독립`은 짧은 생각이다
기사입력 2015.08.20 17:53:24 | 최종수정 2015.08.20 19: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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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발생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각종 행사가 취소됐고 국제적인 불명예를 안았다. 다행히 빠른 시간 내에 확산은 차단됐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준 교훈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더욱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국내 병원에서 개인 간병은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에 해당했고 그 해결책은 요원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메르스 사태로 그 실마리가 풀려가고 있다. 과밀 응급실 문제 또한 더 이상 방치될 수 없음을 메르스 사태는 생생하게 보여줬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산된 메르스는 최고급 수준이라던 우리의 의료가 얼마나 취약했는지 웅변한다. 민간 자본에 의존하고 영리 추구에 방치된 의료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이번 사태 이상으로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겠나. 당장은 아프지만 잘못을 깨닫게 해준 `사랑의 매`를 맞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잘못된 진단이 나오고 있다. `보건부`가 아닌 `보건복지부`라서, 의사가 행정고시 출신들에 밀려 전문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이는 의사 단체나 의사 중심 학회의 `보건부 독립` 주장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에서 이는 단견이다. 일단 `보건부 독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색하다. 우리 사회 최고 전문가로 부러움을 사는 의사들은 불필요하게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나 건강보험 청구에 대한 삭감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의사들에 대한 보상 수준은 확실히 한국이 높은 편이다. 다른 선진국들에서 의사 수입은 근로자 평균 소득의 2~4배 정도지만 우리는 4~5배 이상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보건부 독립`이라는 독립운동을 생각하고 있다.

둘째, `보건부`를 단독 부처로 하기에는 대상 업무 규모가 너무 작다. 영국의 경우 국가가 전국 병원을 소유하면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건부 예산이 많고 해야 할 일도 어마어마하다. 반면 한국은 의료기관 대부분이 민간 소유다. 전국 30%의 의료기관이 국공립인 일본도 후생노동성이 보건·복지·노동을 함께 관장하며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셋째, 대부분 보건의료 정책은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건강보험은 주된 기능이 재원 조달에 있다. 사회보험 재원 조달은 의료인이 전문성을 발휘할 분야는 아니다.

지난 1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바탕 소용돌이가 불어닥쳤는데 조만간 다시 우리 사회를 요동치게 할 해당 이슈에서 의사들의 전문성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비슷한 단일 건강보험제도를 가진 대만은 2013년 기존 `위생부`를 `위생복리부`로 바꿨다. 위생부로는 건강보험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베트남은 보건부와 사회보장청이 나뉘어 있어 건강보험 확대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에 두 부서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을 조언하고 있다.

경제와 복지, 두 수레바퀴 중 한쪽을 담당해야 할 복지부 장관이 아닌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인 것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는 정부부처 중 예산이 가장 많다. 그런데도 6개 복수차관 부처에서 빠져 있다. 예산이 보건복지부의 10분의 1도 안되는 정부부처도 복수차관제를 갖고 있다. 어쩌면 한국의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향후 감염병 사태에 보다 전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며 인사 및 예산 관련 전결권을 갖게 하는 것이 대안이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정무적인 판단과 건강보험의 협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조직 개편이 독립운동은 아니니 말이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