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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스윙을 갖고 과시히 말아라

신오덕 2015. 8. 25. 10:18
[알바트로스] 아름다운 스윙이 전부는 아니다
기사입력 2015.08.24 17:01:04 | 최종수정 2015.08.24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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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골프해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닉 팔도(58·영국)는 현역 시절 `스윙 머신`이란 애칭으로 유명했다. 슬로 플레이 등으로 평판은 좋지 않았지만 기계 같은 스윙으로 메이저 대회 6승을 거두고 한때 세계랭킹 1위 자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191㎝ 장신에 완벽한 스윙을 갖고 있으면서도 벤 호건,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타이거 우즈 같은 `골프 전설` 축에는 끼지 못했다.

얼마 전 미국 여자 골퍼 크리스티 커가 한국 여자 골퍼들을 거론하며 "그들은 기계들이다. 하루 10시간씩 연습한다(They`re machines. They practice 10 hours a day)"고 말했다. 물론 "그들은 재능이 뛰어나다(They`re so talented)"는 말을 전제로 단 걸 보면 비꼰 것이라기보다는 부러워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의 말대로 한국 여자 골퍼들은 연습도 열심히 하고, 스윙도 기계처럼 한결같다. 하지만 그게 한국 여자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의 전부일까.

`골프 전설` 중 한 명인 리 트레비노는 "골프는 어떻게 아름다운 스윙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같은 스윙을 실수 없이 되풀이할 수 있느냐의 게임"이라는 말을 남겼다. 같은 스윙을 실수 없이 되풀이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스윙의 문제가 아니라 멘탈의 문제로 본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스윙을 갖고 있더라도 멘탈이 받쳐주지 못하면 좋은 스코어로 연결할 수 없다.

미국 골프채널의 한 기자는 얼마 전 "세계랭킹 5위 이내 중 4명이 한국 태생(Korean-born)"이라며 "그들이 LPGA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두 명 톱골퍼가 사라지면 그들 실력에 못지않은 두세 명 신인이 나오는 게 최근 `K 여자 골프`의 모습이다. `화수분`이라고 할 만큼 선수층이 두껍다.비슷한 시간을 연습에 할애하고 비슷비슷한 스윙을 가진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통 독해서는 안된다. 그런 단련의 시간을 거치면서 강철 같은 멘탈을 가진 선수들이 나오는 것이다.

한물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지만 지금의 스윙도 겉으로만 봐서는 전성기 때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예전의 카리스마 넘치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멘탈`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코리안 본` 중에서도 최강인 박인비의 스윙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한결같기는 하지만 그에게 `스윙 머신`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박인비가 오랫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크리스티 커는 숲만 보고 나무는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코리안 본 멘탈` 말이다.

[오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