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9월 들어 일제히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다. 올해는 대부분의 그룹이 외국어 능력, 자격증 등 ‘스펙’ 대신 면접을 중시해 업무역량 평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본보가 27일 10대 그룹의 하반기 대졸 공채 계획을 조사한 결과 총 1만7800여 명을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차와 LG, 대졸 공채 발표
현대차는 다음 달 1일 하반기 채용 공고를 내고 신입사원 모집에 나설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채용 규모를 지난해(9100명)보다 많은 9500명으로 잡고 올 하반기(7∼12월)에만 400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현대차 공채는 서류전형, 그룹 직무적성검사인 HMAT, 1차 면접(핵심역량면접과 직무역량면접), 2차 면접(종합면접과 영어면접), 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HMAT는 그룹 전 계열사가 공통으로 10월 9일에 실시한다. 현대차는 특히 영어회화능력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G도 다음 달 1일부터 LG 통합 채용포털 사이트인 ‘LG 커리어스(careers.lg.com)’를 통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채용 규모는 약 2100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이번 공채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상사, 서브원 등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한다. 최대 3개 회사까지 중복지원이 가능하고 중복지원을 하더라도 인적성검사는 한 번만 하면 된다. 인적성검사는 10월 10일에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공채 지원자들이 4월 1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단국대사범대부속고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를 치른 뒤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롯데그룹은 9월 초에 채용 공고를 내고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난 1400명 내외를 뽑을 계획이다. 계열사별로 역량면접과 프레젠테이션(PT)면접, 토론면접, 임원면접 등을 실시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도 탈락 지원자들이 보완해야 하는 점을 e메일로 통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다음 달 7일부터 신입 및 경력사원 1900명을 뽑는다. 기술계와 사무계 모두 전공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다. GS는 31일 GS칼텍스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계열사별 채용을 진행해 57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계열사별로 채용전형을 진행하는데 ㈜한화, 케미칼, 종합화학 등 계열사가 다음 달 14일부터 원서를 받는다.
삼성은 앞서 26일 다음 달 7일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채용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4000명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중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인 SK는 아직 채용 규모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최소 지난해 수준(약 1300명)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스펙보다 역량에 무게중심
주요 그룹들의 하반기 채용 특징은 외국어 능력, 자격증, 연수 경험 등 이른바 ‘스펙’ 기재란을 없애고 면접을 강화해 업무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는 올해 채용 과정을 직무역량 평가 중심으로 대폭 개편했다. 서류전형 과정에서 직무에세이를 신설했고, 인적성검사 이후 치러지는 직무역량 평가에서도 직무적합성 면접이 도입됐다.
LG는 지난해 하반기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입사지원서에 직무와 관련 없는 공인어학성적, 자격증 등 스펙 입력란을 없앴다.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현주소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 입력란도 없다.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직무와 무관한 13개 스펙 관련 항목을 삭제했다. SK 역시 모든 스펙 관련 항목을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자기소개서를 통해 SK 가치를 고유할 수 있을지 검증하고, 면접과 인턴십 등을 통해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한다.
LG는 적성검사에 한국사와 한자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전공 분야에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춰야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GS도 지난해부터 모든 계열사에서 한국사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한편 올해 하반기 대기업의 채용 인원은 소폭 증가하지만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감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상장사 872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은 작년보다 0.5% 더 뽑지만 중견기업은 26.4%, 중소기업은 4.6% 채용을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