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정비를 서울메트로의 정규직과 나눠 맡는 용역업체 직원들은 임금 복지 휴일 등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이들이 서울메트로 임금의 3분의 1 정도를 받으며 힘든 일을 도맡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사고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도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이 당한 변이었다. 7월 울산 한화케미칼 폭발 사고, 4월 SK하이닉스 이천공장 가스 누출, 1월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사고 모두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이 위험한 일을 협력업체에 맡기고 이들 업체는 안전관리를 할 여력이 없어 서러운 직원들만 희생되는 ‘위험의 하도급’이 심각하다. 7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원청업체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대기업들이 외부 용역을 늘리는 것은 비용 절감 목적이 크지만 정규직의 노동 경직성과 강성 노조 때문에 고용을 꺼리는 이유도 적지 않다.
입만 열면 노동개혁을 외치는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임금피크제를 강조하면서도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협력업체로 양극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차별 해소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다. 서울메트로 같은 공기업과 수많은 하청업체들 사이의 임금 복지 차별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노동개혁이다.
어제 4개월 만에 노사정위원회가 재가동됐지만 한국노총이 “공기업 임금피크제가 강행될 경우 논의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밝혀 40분 만에 끝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0일까지 노사정 대타협을 완료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진정한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래서는 제2, 제3의 서울메트로 사고를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