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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전략을 바꿔라

신오덕 2016. 3. 29. 08:59

"사람이 미래다" 두산 광고 확 바뀔까?

조선비즈|윤희훈 기자|입력2016.03.29. 08:37

 

 

두산의 ‘사람이 미래다’ 광고는 계속될까?

박정원(54) 두산그룹 회장이 28일 두산그룹의 새 회장으로 취임했다. 전임 박용만(61) 회장은 이날 그룹 회장직을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물려주고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용만 회장이 퇴진하면서 광고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의 광고와 브랜드 이미지 전략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새 총수가 취임한 만큼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광고 전략을 바꿀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용만 회장이 이끌었던 두산 광고는 ‘사람이 미래다’로 대표된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이 짓는 ‘위브’ 아파트를 제외하곤 특별한 B2C 상품이 없어 그룹 PR 광고에 주력했다.

박용만(왼쪽) 두산그룹 회장과 박정원 차기 두산그룹 회장./조선일보 DB
박용만(왼쪽) 두산그룹 회장과 박정원 차기 두산그룹 회장./조선일보 DB

박용만 회장은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에 큰 애착을 보여왔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카피도 박용만 회장 작품이다.

광고 대본의 글귀도 대부분 박용만 회장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광고 속 ‘푸른 꽃은 푸르러서 예쁘고 붉은 꽃은 붉어서 예쁘다’는 내가 직접 쓴 시의 일부분이다. 평소에 시 쓰는 걸 즐긴다”고 했다.

▲두산그룹 기업 PR 광고 ‘사람이 미래다’ 13번째 이야기.

두산의 ‘사람이 미래다’ 광고는 박용만 회장이 (주)두산 회장에 취임한 이듬해인 201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광고 제작은 두산 계열사인 오리콤이 맡았다.

광고 속 카피는 박용만 회장의 어록이나 박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해 청년들과 대화한 내용을 소재로 삼았다. 현재까지 13편이 제작·방영됐다.

오리콤 관계자는 “사람에 대한 비전과 철학은 선대부터 내려온 두산의 핵심 가치다. 기업의 성장동력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미래다’ 광고는 차분한 톤으로 청년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 공감을 얻었다. 대한항공의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와 더불어 ‘웰메이드 PR 캠페인’으로 꼽힌다.

▲두산 PR 광고 ‘사람이 미래다’ 4번째 이야기. ‘이미 당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지금 그대로 멋지다’는 카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이 미래다’ 광고는 작년 말 패러디의 소재가 됐다. 두산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입사 1~2년 차 신입사원들을 대상에 포함한 사실이 알려졌다.

게다가 반복적인 면담과 교육 발령을 통해 신입 사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은 한순간에 조롱과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박용만 회장이 “신입사원 희망퇴직을 철회하라”고 지시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사람 중심’을 내세웠던 두산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최근엔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을 ‘면벽 근무’를 지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광고업계에서는 박정원 차기 회장의 경영 철학에 맞춰 광고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28일 취임식에서 ‘그룹 재무구조 개선 마무리’, ‘신규사업 조기 정착’, ‘미래 성장동력 발굴’, ‘현장 중시 기업문화 구축’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말 신입사원 희망퇴직 사태로 ‘사람이 미래다’ 광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진 상황”이라며 “광고 전략 수정이 예상된다”고 했다.

오리콤 관계자는 “아직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아꼈던 캠페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매우 안타깝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강조한 만큼 당분간 그룹 PR 광고는 줄이고 5월 문을 여는 면세점 광고 캠페인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