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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영산홍이 피어있는 정원이 아름답다

신오덕 2016. 8. 19. 10:20
[매경춘추] 반려동물의 생명

 

아주 어릴 적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다. 어머니가 귀하게 여기는 꽃과 나무가 무엇인지 가까이에서 듣고 보면서 자랐다. 지금도 영산홍이 피어 있던 정원의 모습이 생생하다. 영산홍의 자태가 그림같이 떠오른다. 자목련을 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만 같다.

꽃이 있는 마당은 즐거운 놀이터였다. 그곳에서 덩달아 뛰어 놀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개 두 마리다. 나는 평범하기만 한 그 개 두 마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강아지 한 마리를 집 안에서 키우게 되었다. 이 작은 강아지는 밖에서 키우던 개 두 마리와는 달리 귀여웠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는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돌보는 일을 도맡았다. 나중에 이 작은 강아지와 어떻게 이별하게 되었는지 그 사연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정말 개를 좋아하게 된 것은 독일 뮌헨에 갔을 때이다. 우리 가족은 2층 단독주택의 위층에 살았는데, 아래층에 집주인 할머니가 `포치아`라는 이름의 개 한 마리와 함께 살았다. 할머니는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씩 집 근처에 있는 넓은 숲을 포치아와 함께 산책했다. 집에 들어오면 포치아가 우리를 따라 2층에 올라오곤 했다. 포치아는 우리 가족을 좋아했고, 우리 가족도 포치아를 사랑했다. 전철역까지 오갈 때면 길가에 늘어선 여러 집 마당에 있던 덩치 큰 개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우리나라도 개를 키우는 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개는 정말 충직한 동물이다. 키워본 사람은 그 정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족처럼 정을 주고받던 개나 반려동물이 유기동물이 되고, 주인이 찾아가지 않거나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처리된다.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동물보호센터에 하루에 수십 마리의 유기견이 신고되기 때문에 다른 방도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사람도 살기 팍팍한 세상이다. 그래도 유기견을 보면 필요할 땐 취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버리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고, 번거로움도 감수하며, 때론 절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실행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닌가 보다.

[전현정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