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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신오덕 2017. 2. 17. 15:10
[사설] 40년만에 파산 한진해운이 남긴 뼈아픈 교훈
기사입력 2017.02.17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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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오늘 법원 파산선고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꿈꾸며 40년 세월을 견뎌온 한진해운의 침몰은 이 기업뿐 아니라 무역대국인 한국에 뼈아픈 교훈을 던진다.

한진해운의 파산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비전문적인 오너 일가의 경영, 호황을 예측한 무리한 확장이 화근이었다. 최은영 전 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시세보다 5배나 비싼 용선료로 선박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확장 경영을 한 것이 위기를 불러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회사 상황을 늦게 파악해 자율협약 신청이 늦어진 데다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놓지 못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정부와 금융권도 한진해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마불사는 없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지켰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간과한 결정이었다. 해운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것을 무시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법정관리 이후 50만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바다에 떠도는 물류대란이 발생했고,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덴마크의 한 해운물류분석 업체는 지난해 말 "한진해운 같은 정기선사를 이런 식으로 파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진해운 파산이 끝이 아니라 해운업 위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국내 수출입 화물의 99.7%를 담당하는 해운산업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화주들의 수출입 운송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6m 컨테이너 106만개를 운송할 수 있던 국내 선사의 선복량은 51만개로 반 토막 났다. 한진해운을 대신하겠다고 했던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컨테이너 40만개에서 46만개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적 선사가 힘이 약한 상황에서 글로벌 선사들이 한국을 외면하면 운임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국내 해운업 회복을 위해 최대 20척의 선박 건조를 지원하고 국적 터미널운영사를 만들겠다고 15일 발표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려면 한진해운 사태가 남긴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정부의 해운업 살리기는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긴 안목에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