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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간을 만들어 나아가라

신오덕 2017. 2. 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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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위인 없는 사회
기사입력 2017.02.20 17:54:54 | 최종수정 2017.02.21 09: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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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을 찾기 어렵다. 정치 분야에서는 누구를 위인으로 꼽을지 더욱 망설여진다. 위인도 사람이라 약점이 있겠지만 능력과 지도력을 갖춰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 때문에 위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위대한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 문제는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위인이 나오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중심부에 권력의 텅 빈 공간을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그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한다. 누구나 권력을 움켜쥘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최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중간 정도의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누가 권력의 정점에 있더라도 나라 망칠 확률이 적다. 여차하면 국민이 갈아치울 수도 있다.

그런데 권력자를 정점에 오래 놔두지 않는다. 아무리 잘해도 10년 이상 버티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장기간에 걸쳐 추진하며 나라를 혁신시키기는 어렵다. 짧은 재임 기간에 성과를 내느라 바쁘다. 기업의 단기 고용 사장과 다를 바 없다. 역사상 위인을 보라. 몇십 년을 통치하면서 나라를 부흥시키고 굳건히 하지 않았던가. 제대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라면 이게 참 어렵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시스템은 오래간다. 계속 바뀌는 권력자들을 대신해서 시스템이 최고의 위치에서 국가를 다스린다.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실질 권력자다. 좋은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발전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망한다. 얼마나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느냐가 국가 생존의 관건이 된다.

시스템은 가치를 품은 제도의 덩어리다. 시대적 가치와 패러다임, 이것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들이 얽혀 시스템을 만든다. 편파적 이익보다는 보편적 이익이 추구되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잘 이루어져야 좋은 시스템이다. 국민의 재능과 창의가 꽃피우고 거대한 개방의 틀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대한민국을 살린다.

구태여 위인이 없어도 좋다. 위인과 같은 시스템만 있다면. 위인의 능력과 덕성을 지닌 시스템이 있으면 된다. 위인을 그리워 말고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자. 잘 만든 시스템 하나 열 위인 부럽지 않다.

[이창한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