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프로젝트(PAN Project)가 팀 이름으로 선택한 '판(pan)'은 판소리의 '판'이다.
지난 20일에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있었던 '판 프로젝트'의 공연 '판 프로젝트 인(in) 서울'은 범아시아의 악기가 어우러지고 국경과 국적을 넘어선 6인의 음악인들이 함께 소통하는 무대였다.
'판 프로젝트'의 지향이 추후 '범 세계 시나위' 혹은 '범 세계 판소리' 같은 새로운 음악의 열린 가능성으로 발현되길 기대해본다.
-심사위원 리뷰
판 프로젝트 콘서트 '판 프로젝트 인 서울' 국경·국적 넘어선 6인 음악인의 소통 즉흥 연주로 '법고창신' 화두 충실히 풀어내 '범 세계 판소리'의 가능성 갖게 한 공연
판 프로젝트 콘서트 ‘판 프로젝트 인 서울’의 한 장면(사진=박다, 판 프로젝트).
[송지원 한국공연문화학회 회장] 판 프로젝트(PAN Project)가 팀 이름으로 선택한 ‘판(pan)’은 판소리의 ‘판’이다. 그러나 ‘판’에서는 더 중요한 이들의 지향이 읽힌다. 경계를 넘어서고 모두 함께 한다는 ‘범(凡)’이란 의미가 그것이다. 넘어서는 것은 열림이며 확장이고, 정지가 아닌 흐름이다. 구별이 아닌 어우러짐이며 폐쇄가 아닌 소통이다. 지난 20일에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있었던 ‘판 프로젝트’의 공연 ‘판 프로젝트 인(in) 서울’은 범아시아의 악기가 어우러지고 국경과 국적을 넘어선 6인의 음악인들이 함께 소통하는 무대였다.
판 프로젝트는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아시아 전통악기로 음악 만들기 작업을 수행하는 국제 협업 프로젝트다. 가민(피리·생황·태평소), 심운정(타악), 캐나다 연주자 제프리 로버트(고쟁), 대만 연주자 인제 왕(얼후)이 주축이 되고 이나래(판소리), 김도연(가야금)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이들은 2015년 서울에서 동아시아 즉흥 음악 워크숍으로 활동을 시작해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수차례 공연활동을 펼쳤다.
이번 무대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충실히 재해석한 음악으로 꾸몄다. 판소리 수궁가·민요 새타령·시조·무속음악·강원도 아리랑과 같은 음악이 전통의 모습을 굳건히 드러내는 가운데 이를 새롭게 해석했다. 때로는 즉흥 연주로 대응해 ‘법고창신(法故創新)’의 화두를 충실히 풀어냈다. 피리 연주자 가민이 작곡한 ‘이방인’은 민요 새타령을 주제로 중국과 한국 악기가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한 초연 곡이다. 굿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또 하나의 초연곡 ‘사이틀리스 소울(Sightless Soul)’은 게스트로 참여한 가야금 연주자 김도연의 곡이다. 새로운 음계로 조율한 가야금과 피리·소리·타악이 무속음악의 정서를 잘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강원’은 강원도 아리랑과 경기 도당굿 장단을 도입하여 피리·가야금·고쟁·얼후·타악이 함께 연주한 시나위다. 즉흥으로 무장한 연주자들에 의한 시나위의 국제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들 연주자는 국적은 다르지만 ‘시나위’의 세련된 즉흥을 담아내었다. 무대 위의 국적과 국경은 무너지고 넘어섰다. 즉흥과 신명으로 하나가 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 악기와 우리 악기가 함께 어우러진 시나위의 새로운 가능성이 펼쳐졌다. 외국인이 소화한 강원도 아리랑에 시나위의 느낌을 담아냈으니 이 곡은 ‘세계 시나위’라 이를 만하다. 아울러 판 프로젝트 구성원이 지닌 음악성의 실험 무대가 됐다. 음악성이 응축되고 그것이 몸 안을 휘돌아 나오는 즉흥, 더 예민하면서도 과감한 즉흥을 뿜어내었으면 하는 기대도 함께 가져본다.
판 프로젝트가 넘어서야 할 경계는 계속 다가올 것이다. 끝없이 이어질 경계 넘어서기는 ‘범(凡)’-판(pan) 프로젝트의 새로운 구성과 새로운 시도가 채워져야 가능할 것이다. 이때 악기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그 악기로 내는 소리, 소리와 소리의 현명한 만남, 그 만남을 통한 새로운 에너지의 발현, 바로 그것이 판 프로젝트의 덕목이 돼야 할 것이다. ‘판 프로젝트’의 지향이 추후 ‘범 세계 시나위’ 혹은 ‘범 세계 판소리’ 같은 새로운 음악의 열린 가능성으로 발현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