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한국시리즈 주역을 알고 나아간다 본문

성공

한국시리즈 주역을 알고 나아간다

신오덕 2020. 12. 30. 11:29

오재일 "잊지 못할 두산 8년, 끝까지 붙잡은 경민이에게 미안해." [엠스플 KBO]

김근한 기자 입력 2020. 12. 30. 05:00

 

 

-‘첫 FA’ 오재일, 삼성과 4년 총액 50억 원 계약

 

-적극적인 삼성 구애에 흔들린 오재일 “삼성폰 선물도 감동”

 

-두산 떠난 오재일 “잊지 못할 꿈만 같은 8년, 끝까지 붙잡은 (허)경민이에게 미안해.”

 

-“36번 못 달아 아쉬워, 그래도 ‘우상’ 이승엽 선배 섰던 1루수 자리에 서는 것으로 만족”

 

오재일은 우상 이승엽의 등번호인 36번을 대신 새 등번호인 44번을 택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8년 전 미완의 좌타 거포였던 오재일은 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재일은 우상이었던 ‘레전드’ 이승엽의 36번을 달고 8년 동안 잠실구장을 누볐다.

 

오재일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1루수로 성장해 최근 6년 연속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선택의 시간이 찾아온다.

 

오재일에게도 올겨울이 그랬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오재일은 삼성 라이온즈의 뜨거운 구애를 받았다. 우상이 있던 팀에서 우상이 뛰었던 그 자리를 물려받아 뛸 기회는 흔치 않다.

 

오재일은 12월 14일 4년 총액 5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에서 이승엽이 달았던 ‘36번’은 영구결번이다. 두산 시절 등번호인 36번을 내려놔야 하는 오재일은 새로운 터전에서 달 번호로 ‘44번’을 택했다. 오재일은 “선택할 수 있는 남은 번호 가운데 가장 나에게 맞는 숫자처럼 보였다”라며 웃음 지었다.

 

삼성의 ‘44번’ 오재일은 우상 이승엽에 이어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이제 더 친정 같은 두산을 떠나 삼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오재일의 속내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 삼성의 적극적인 구애와 4년 보장 조건, 오재일 마음이 움직였다 -

 

오재일은 삼성 입단식에서 최신 삼성폰인 갤럭시Z 폴드2를 선물받았다(사진=삼성)

 

‘삼재일’이 된 게 조금씩 실감이 나는지 궁금합니다.

 

대구로 가서 팀 훈련에 합류해야 실감이 날 듯싶습니다(웃음). 대구에서 살 집을 계약했고, 1월에 이사 갈 계획입니다. 수도권을 벗어나 사는 건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도 있고요.

 

8년 전 트레이드 이적과 올겨울 FA 이적은 느낌이 다를 듯합니다.

 

8년 전 트레이드 때는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8년 전엔 기대감이 크게 없었다면 이번엔 구단과 팬들의 기대가 크니까요. 개인적으로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되더라고요.

 

삼성이 FA 시장 개장부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습니다. 마음이 흔들렸던 시점은 언제입니까.

 

마음은 계속 흔들렸습니다(웃음). FA 시장이 열린 뒤 삼성이 계속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처음부터 고민에 빠졌던 거죠.

 

계약 기간 4년 보장 조건이 컸겠습니다.

 

삼성에서 처음부터 4년 계약을 보장해주셨습니다. 그만큼 저를 믿는다는 의미니까 마음에 더 와닿았어요. 4년 계약 조건 제시에 마음이 더 움직였던 건 맞습니다.

 

이적 뒤 아이폰에서 삼성폰으로 바꾼 것도 화제였습니다.

 

아이폰만 쭉 쓰다가 처음으로 안드로이드폰을 쓰게 됐습니다. 찾아보니 엄청 비싼 신상 핸드폰이더라고요(웃음). 삼성폰도 처음 써봤는데 정말 좋습니다. 아내도 함께 좋은 핸드폰을 선물 받아 더 감동이었죠.

 

삼성에서 옛 동료 이원석과의 재회도 기대되겠습니다.

 

두산에서 가장 친했던 선수가 (이)원석이와 (양)의지였는데 두 명 다 저보다 먼저 떠났습니다(웃음).

 

원석이와 삼성에서 재회가 기대됩니다. 빨리 잔류 FA 계약을 했으면 좋겠어요.

 

계약 발표 뒤 원석이가 ‘정말 축하하고 빨리 같이 뛰고 싶다’고 얘기하더군요. 제가 두산에 왔을 때 가장 많이 챙겨준 선수가 원석이었죠. 이번에도 잘 챙겨줬으면 합니다(웃음).

 

- "잊지 못할 두산에서 보낸 8년, 끝까지 붙잡은 경민이에게 미안해." -

 

오재일은 두산에서 보낸 8년을 꿈만 같은 잊지 못할 시간으로 표현했다. 시리즈 MVP를 수상했던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 세리모니를 하는 오재일(사진=두산)

 

원소속팀인 두산도 마지막까지 삼성과 영입 경쟁을 펼쳤다고 들었습니다. 두산을 떠나는 결정도 쉽지 않았겠습니다.

 

솔직히 주위에선 이적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정규시즌 동안 두산을 떠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협상 초반 잔류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요.

 

그래도 삼성에서 저를 더 원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선수라면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팀에서 뛰는 게 옳다고 생각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죠. 이적을 결정했어도 실감이 안 나는데 내년에 경기를 뛰면 진짜 두산을 떠났다는 실감이 날 듯합니다.

 

미완의 거포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한 두산에서 보낸 8년의 의미가 남다르겠습니다.

 

멋진 구단과 멋진 동료들, 그리고 진짜 더 멋진 팬들을 만난 8년이었습니다. 아직도 두산을 떠나는 게 실감이 안 나요.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시간일 겁니다.

 

팀 동료들도 정말 아쉬워했겠습니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이 멤버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겠냐는 아쉬운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모든 동료가 다 아쉬워했는데 특히 가장 아쉬워한 선수는 (허)경민이에요.

 

지금까지도 아쉬워하고 있더라고요(웃음). 경민이가 저에게 내년에도 같이 뛰고 싶다는 얘길하며 끝까지 붙잡았어요. 결국, 이적했으니까 경민이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죠.

 

(오재일의 미안한 마음을 전해 들은 허경민은 "(오)재일이 형이 떠나서 정말 슬펐다. 해마다 있는 이별이지만, 재일이 형과도 함께한 좋은 날이 많아 너무 아쉬웠다.

 

내 말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우리 팀원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붙잡았다. 이제 서로 적으로 만나면 슬프겠지만, 재일이 형이 새로운 팀에서 건강하게 잘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2021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을 찾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요.

 

이미 그런 경험을 한 선수들에게 얘길 들어봤습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을 간다면 정말 느낌이 이상하지 않을까요. 일단 똑같이 야구는 해야 하니까 열심히 야구하는 걸 팬들에게 보여드려야죠. 어떤 결과가 나와도 기분이 묘할 듯합니다.

 

- 36번 대신 44번 고른 오재일, "남은 번호들 가운데 가장 잘 어울리는 느낌" -

 

삼성으로 FA 이적한 오재일이 자신의 등번호로 44번을 선택했다. 두산 시절 달았던 36번은 삼성에선 이승엽의 등번호로 영구결번이다(사진=삼성)

 

두산 시절 등번호인 36번은 삼성에선 영구결번입니다. 36번 대신 44번을 선택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36번을 못 다는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우상인 이승엽 선배님이 뛰었던 팀에 입단해 이승엽 선배님이 섰던 1루수 자리를 제가 이어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사실 후배들의 번호를 빼앗는 것도 그랬고, 남은 번호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번호를 골랐어요. 44번이 무언가 저에게 잘 어울리는 느낌의 번호였습니다.

 

삼성 홈구장인 대구 라이온즈파크는 타자친화 구장으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오재일 선수의 타격 지표 향상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도 커졌습니다.

 

확실히 남은 야구 인생에서 라이온즈파크를 홈구장으로 쓴다는 점이 더 도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인 건 맞으니까요. 그래도 굳이 홈런을 더 치겠단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타석에선 하던 대로 하고, 1루수로서 안정적인 수비도 같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유독 삼성 소속 선발 투수인 원태인(타율 0.615/ 8안타/ 5홈런)과 최채흥(타율 0.455/ 5안타/ 1홈런)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두 투수가 오재일 선수의 이적을 가장 반긴다고 합니다(웃음).

 

개인적으로 타격감이 좋을 때와 라팍 원정 경기 일정이 맞아떨어진 적이 많았습니다.

 

기록을 보면 확실히 원태인 선수와 최채흥 선수에게 강하긴 했네요(웃음).

 

그동안 제가 많은 아픔을 준 만큼 이젠 반대로 제가 많은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삼성은 최근 5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오재일 선수 영입으로 그 악순환이 끊어지길 바라는 분위기입니다.

 

삼성 구단에서 제 장점을 높게 평가해주시고 영입을 결정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제 장점을 최대한 살려 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너무 부담감을 느끼기보단 팀 성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오는 시즌에 임하겠습니다.

 

2021년 가장 보여주고 싶은 오재일만의 가치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처음으로 국내 스프링캠프를 소화해야 하니까 몸 관리와 체력에 더 신경 써야 할 듯싶습니다.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저를 좋게 봐주셨던 타격과 수비 장점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게 2021년 목표입니다.

 

두산 팬들과 삼성 팬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부탁합니다.

 

먼저 두산 팬들에게 8년 동안 과분한 사랑을 주신 부분에 감사드립니다.

 

야구 인생에서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사랑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삼성 팬들에겐 많은 기대를 보내주시는 만큼 거기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단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2020년 한 해 많이 힘들었을 대구 시민들에게 2021년 밝은 희망을 드리는 오재일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