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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을 보고 느낀다

신오덕 2022. 8. 19. 08:36

강릉 안목 해변의 숨은 보석, 환타피아 M

정은주 입력 2022. 08. 19. 07:10 댓글 0

 

인터넷 미디어와 SNS를 통해 여행 정보가 확산되는 시대에 소위 '핫' 하지 않은 곳들은 디지털의 그늘에 가려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름난 곳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 볼만한 곳들이 있다. 강릉의 환타피아 M(환희컵박물관&장길환미술관)이 그렇다. 놀랄만한 전시와 스토리는 물론 컵에 관한 '환희'로 가득 찬 숨은 명소다.

●컵에 담긴 역사와 문화, 예술
환희컵박물관

안목 해변 입구에 위치한 환타피아 M은 기존 환희컵박물관을 확장 이전했다.

 

2020년 신축 건물로 옮겨오면서 장길환 미술관도 새로 개관했다. 2층이 컵 박물관, 3층에 장길환 미술관이 있다. 1층은 카페와 기념품숍이 자리하며 에코백이나 컵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국내 최초의 컵 박물관인 이곳은 컵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담은 공간이다. 장길환 관장이 약 40년간 76개국을 돌며 수집한 컵만 2,000여 점에 달한다. 이중 약 1,500점을 상설 전시한다. 도슨트와 동행하면 전시 설명과 더불어 컵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신라시대 파수부잔(손잡이가 달린 컵)들이다.

큰 잔부터 작은 잔까지 크기대로 진열되어 있는데 알코올 도수에 따라 잔 크기를 다르게 만들었다고 한다.

 

독한 술은 작은 잔에, 약한 술은 큰 잔에 즐겼던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더 놀라운 건 17세기 초 유럽에 머그잔이 처음 등장했는데 이보다 무려 1000년이나 앞선 신라시대에 이미 머그잔과 같은 컵을 만들어 썼다는 사실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중세 유럽 시대의 컵들은 예술 작품처럼 하나 같이 아름답다.

명화를 그려 넣거나 금채를 박은 고급 찻잔과 우아한 이태리의 본 보니엘, 화려한 유리공예를 자랑하는 베네치안 글라스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나무나 동물의 뿔을 이용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컵은 생김부터가 독특하다.

 

서로 다른 컵들을 비교해가며 관람하다 보면 나라마다 다르게 발전해온 문화와 예술상이 엿보인다.

●빅토리와 여왕부터 히틀러까지
진귀한 잔들이 가득

환타피아엠 8역사적 가치가 높은 진귀한 잔도 많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버킹검 궁에서 사용했던 120년 된 커피잔 세트도 그중 하나다.

 

10년 전에 경매에 나온 것을 장길환 관장이 구입했다.

 

전체가 두 개인 세트로 다른 하나는 영국 시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여왕의 입술이 닿았던 잔들은 화려하면서 우아한 품격이 돋보인다. 커피와 차, 라테를 각각 다른 잔에 마셨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입술 닿는 부위가 미묘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왕실에서 제작한 인물들의 얼굴을 새겨 넣은 기념 잔들도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다이애나비가 환하게 웃고 있는 찻잔이 눈길을 끈다.

환타피아엠 9,10사람 두개골로 만든 컵과 원숭이 머리로 만든 손북도 귀한 전시품이다.

 

두개골 컵은 티베트에서 종교의식을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조장(시신을 독수리가 먹도록 벌판에 놓아두는 전통 장례 풍습) 후 남은 뼈로 만든 것이다. 손북 또한 종교 제례에 쓰는 도구로 보기 드문 전시품이다.

 

환타피아엠 16히틀러가 실제 사용했다는 탄피로 만든 잔도 있다.

 

1943년에 무기공장 업자가 제작해 히틀러에게 선물했으며 나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진품으로 컵받침에 Fuhrer(총통), Fabrik(공장), Krupp(제조업자 이름) 글자가 박혀 있다.

독일 마이센을 비롯한 유럽 3대 명품 잔들이 진열된 맞은편에는 유러피안 룸이 있다.

각종 장식품과 잔들로 꾸민 화려한 중세 유럽 상류층의 방을 재현했다.

반짝이는 찻잔 놓인 테이블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존이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전화기들을 모아 놓은 독특한 포토존이 하나 더 있는데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다.

전시관을 나서기 전 신화 속 인물이나 위인들의 얼굴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토비저그가 걸음을 붙잡는다.

토비저그는 휠폿 또는 필폿으로 불리는데 오리지널 토비저그는 1760년대에 영국 스타훠드 저그에서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잔의 용도보다는 감상을 위한 작품에 더 가깝다.

개성 있는 표정들이 마지막까지 웃음을 안긴다.

 

●새로운 차원의 미술 세계
장길환 미술관

 

장길환 미술관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회화와 조각, 공예, 서예 등 여러 분야의 미술품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아 다양한 감상이 가능하다.

 

작가들의 독특한 시선과 감성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펼쳐진다.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국제 미술전 'Beyond the Borders'에서도 수준 높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글·사진 정은주

세상의 문을 여는 '트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