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산낙지 본문

부자

산낙지

신오덕 2005. 5. 4. 12:46


 

 

[이규태코너] 산 낙지


 


 
입력 : 2005.05.01 22:00 36'
 

미국에서 상영 중인 한국영화 속의
 
산 낙지 먹는 장면이 ‘초폭력적’이라느니
 
‘신잔혹주의’, ‘낙지를 몰고 미국에 상륙했
 
다’는 등 미국인의 괴기(怪奇)취미를
 
자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어권에서는 낙지나 문어를
 
지옥어(地獄魚)라 하여 이승의 고기로
 
보지 않았고, 화성에 사람이 산다면
 
그 모습으로 낙지를 연상했으리만큼
 
괴물시했다.
 
거기에 탐욕의 상징으로 등장시키는
 
것이 낙지였다.
 
 
2차대전 초 독일에 나붙은, 대영제국의
 
침략을 호소하는 포스터에 낙지가
 
등장했었다.
 
 
당시 영국 총리 처칠이 험상궂은 낙지가
 
되어 여덟 개의 낙지발을 유럽에서
 
멀리 아프리카, 인도 등 동양에까지
 
뻗치고 있는 그림이었다.
 
 
 
2차대전 발발과 더불어 일본이 동남아
 
를 기습 점거했을 때 영국에도 낙지발
 
포스터가 등장했었다.
 
 
일본 일장기가 낙지가 되어 동남아 섬
 
들을 휘어감고 있는 도안이었다.
 
 
추리 만화나 괴기 영화에서 괴물은
 
녹색 낙지로 정형화돼 있는데 녹색은
 
음산함과 요괴(妖怪)의 싱징색이기
 
때문이다.

 

 


탐욕뿐 아니라 부녀 유괴나 약취범

 

으로 낙지가 악명을 대행한 데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중국 설화에서 부녀자가 해변에서

 

증발하면 낙지 소행으로 알게

 

마련이며 우리나라 해안지방에서

 

과부나 처녀가 아이를 배면 문어

 

아이 뱄다고 말한다.

 

 

아마도 낙지가 사랑에 굶주리면

 

오색의 영롱한 체색(體色)으로

 

암컷을 유인하고 사랑할 때 껴안은

 

두 팔이 찢어져 나가도 놓지 않는

 

강력한 농도 때문일 것이다.

 

 

어부가 낙지를 잡으면 몰래 두 낙지

 

다리를 날로 찢어 먹음으로써

 

그 사랑의 힘을 얻으려는 풍습도

 

채집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어류를 날로 먹는 나라도

 

한국·일본 등 극소수인데 이 괴기

 

이미지의 낙지를 그나마도 날로

 

먹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뿐이

 

아닐까 싶다.

 

 

‘본초강목’에 중국 남해지방에서

 

갓 잡은 낙지를 강초(薑醋)에 찍어

 

먹는다고 기문(奇聞)으로 적고 있긴

 

하다.

 

 

임진왜란 중 의주에 피란가 있던

 

선조께서 명나라 장수들을 불러

 

낙지국을 끓여 냈을 때 아무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기록 등으로 미루어

 

중국사람도 낙지를 먹지 않는 민족에

 

속한다.

 

 

이같이 음식문화를 비교해 보면

 

낙지를 날로 먹는 것이 서양사람들

 

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짐작

 

이 가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