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느린 삶 본문

부자

느린 삶

신오덕 2005. 5. 21. 23:08

 


 

 

[조용헌살롱] 슬로 라이프(slow life)


 

조용헌 · goat1356@hanmail.net

 
입력 : 조선일보 2005.05.16 18:48 37'
 


▲ 조용헌
‘주역’은 씹으면
 
씹을수록 질리는
 
게 아니라 감칠맛
 
이 솟아난다.
 
 
‘주역’ ‘계사전
 
(繫辭傳)’에 나오는
 
‘일음일양지위도
 
(一陰一陽之謂道)’
 
라는 대목도 그렇다. ‘한 번 음이 되고,
 
한 번 양이 되는 것이 바로 도이다’라는
 
말은, 인생살이에서 직면하는 수많은
 
역전과 전환의 이치를 한마디로 압축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피드와 효율이 양(陽)
 
이라고 한다면, 슬로와 게으름은
 
음(陰)이다.

 

그동안 자본주의가 인도하는 스피드

 

와 효율에만 정신없이 매달리다

 

보니, ‘천천히’와 ‘농땡이’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슬로-슬로, 퀵-퀵’의 스텝을 교대로

 

밟아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퀵-퀵

 

만 밟아왔다는 반성이기도 하다.

 

 

한 번 양생(陽生)이면 한 번은 음생

 

(陰生)이어야 삶의 균형이 맞지

 

않겠는가.

 

 


슬로 라이프, 즉 음생에 대한 전도사

 

가운데 한 명이 ‘슬로 라이프’

 

(디자인 하우스)의 저자 쓰지

 

신이치이다.

 

 

할아버지가 한국 사람인 그의 한국

 

이름은 이규(李珪)인데,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여 농땡이의 철학을 강연하고

 

돌아갔다.

 

 

그가 쓴 책을 읽어보니까 일본 에도 시대

 

에 어떤 노인과 젊은이가 주고받았다는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소개되어

 

있었다.


 

노인 : ‘젊음이란 게 뭐겠어. 벌떡 일어

 

나서 얼른 일을 하라고!’

 

 

젊은이 : ‘일을 하면 어찌 되나요?’

 

‘일을 하면 돈을 벌게 되잖아!’

 

‘돈을 벌면 어찌 되나요?’

 

‘부자가 되지!’

 

‘부자가 되면 어찌 되는데요?’

 

‘부자가 되면 놀면서 지낼 수 있지!’

 

‘네에, 저는 벌써 놀면서 지내는 걸요!’.

 

 


현대인의 ‘더 빨리, 더 많이’ 강박증에

 

대한 통렬한 풍자이기도 하다.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하여

 

그가 제시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산책이다.

 

 

비록 같은 길일지라도 어제의 길과

 

오늘의 길이 서로 다르고, 맑은 날과

 

흐린 날의 길이 다르고, 같이 걷는

 

사람에 따라 길이 다르다고 강조

 

한다.

 

 

요는 걸으면서 쉬라는 말이다.


 

한국의 선방(禪房)에서 회자되는

 

화두가 하나 있다. ‘벽암록(碧巖錄)’

 

에 나오는 ‘휴거헐거(休去歇去)면

 

철목개화(鐵木開花)’라는 화두이다.

 

 

‘쉬고 또 쉬면 쇠로 된 나무에 꽃이

 

핀다’는 뜻이다.

 

 

쉬기만 하면 도통한다는 말이다.

'부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시대 가치는 자유의 확산과 성숙  (0) 2005.05.25
동백꽃 나라  (0) 2005.05.23
[스크랩] 봉정암  (0) 2005.05.21
눈물의 편지  (0) 2005.05.21
[스크랩] 인생  (0) 200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