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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소청산장

신오덕 2005. 7. 1. 12:07

 

[조용헌 살롱] 설악산 소청산장


 

 
입력 : 2005.06.27 18:49 47'

 


 


▲ 조용헌
육산(肉山)은 흙이 뒤덮여
 
있는 산을 가리킨다.
 
육산은 뱃살도 나오고
 
히프도 커서 먹을 것이
 
푸짐한 산이다.
 
반대로 골산(骨山)은 바위
 
가 험하게 솟아 나온 산
 
이다.
 
이름에 ‘악(嶽)’자 들어가는 산들은 골산
 
에 해당한다.
 
군살은 다 빠진 산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육산이 지리산이라고
 
한다면,
 
골산은 설악산을 꼽는다.
 
사는 것이 외롭다고 느낄 때는 지리산의
 
품에 안기고, 기운이 빠져 몸이 처질
 
때는 설악산의 바위 맛을 보아야 한다.

 

해동(海東)의 설산(雪山)인 설악산에

 

가면 그 무수하게 솟아 나온 암봉들이

 

나를 기다린다.

 

나에게는 이 바위 봉우리들이 푸짐한

 

고단백질로 느껴진다.

 

바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위 기운들이

 

몸 안으로 쑥쑥 들어오면 피부의 주름살

 

이 펴진다.

 

뿐만 아니라 눈에 힘이 들어가고, 아랫배

 

에 묵직한 기운이 차면서 세상은 살아 볼

 

만한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백담사에서 출발하여 ‘기도발’ 잘

 

받는 봉정암(鳳頂庵)을 거쳐 소청봉

 

(小靑峰)에 이르는 약 13km의 코스는 물

 

과 바위가 이상적으로 배합된 코스이다.

 

바위에서 나오는 화기(火氣)와 계곡 물의

 

수기(水氣)가 배합되면 인체의 음양을

 

모두 보충해 주는 작용을 한다. ‘열-고’

 

를 자주 하는 불 체질들은 능선보다 계곡

 

을 타는 것이 궁합에 맞는다.

 

백담사 계곡을 오르면서 수화(水火)를

 

충분히 섭취한 다음에 즐기는 코스가

 

소청봉 아래에 있는 소청산장(1420m)의

 

마당에 앉아서 설악의 장엄한 암봉들을

 

감상하는 일이다.

 

 

산꾼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산장 가운데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 소청산장에서

 

바라보는 전망이라고 한다.

 

설악의 3대 암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발 밑으로는 용의 이빨 같은 형상인

 

용아장성(龍牙長城)이 도열해 있고,

 

오른쪽으로는 공룡의 등뼈를 닮은 공룡

 

능선이 꿈틀거린다.

 

공룡능선 너머로는 너무나 잘생긴 울산

 

바위가 돌출해 있는 광경이 들어온다.

 

 

소청산장의 마당 의자에 앉아서 하염

 

없이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너무 초라한 삶을 살았다는 회한

 

이 밀려온다.

 

 

더군다나 6월 중순경부터는 산장 주변

 

의 ‘산라일락’의 꽃향기가 나그네를

 

감격시킨다. 이만하면 가히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풍광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