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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학회

신오덕 2005. 7. 3. 17:04

 

 

[이규태코너] 웃음 학회


 


 
입력 : 조선일보  2005.06.30 18:56 49'
 

옛 어른들은 집을 나가는 자녀에게 “그저
 
구불구불하여라”고 이르게 마련이었다.
 
여기 첫 구불은 사람들 만나면 눈높이를
 
낮추라는 굴신(屈身)의 구불이요 뒷구불
 
은 웃음의 별칭인 구불약(九不藥)의
 
구불이다.
 
 
얼굴에 웃음을 띠면 사라진다는 아홉 가지
 
부정적 요인인 구불(九不)이란
 
불안(不安)-불신(不信)-불화(不和)-불손
 
(不遜)-불편(不便)-불초(不肖)-불쾌
 
(不快)-불경(不敬)-불공(不恭)으로,
 
대인관계에서 이 구불을 극소화해 주는
 
약이라 하여 구불약이다.

 

 


희비애로(喜悲哀怒) 감정의 표출을

 

부덕시했던 전통사회에서 웃음은 인격

 

손상의 요인이긴 했으나 그 긍정적 측면

 

은 구불약처럼 은연중에 부추겨져 왔다.

 

법도 있는 집안에서 시집갈 딸 날받이

 

를 하고 나면 시집살이 교육을 시키는데

 

이때 사반화안(四半和顔) 곧 스마일 짓는

 

근육 조작법을 가르쳤다.

 

화안이란, 얼굴의 각 부분을 떼어 보면

 

웃지 않는데 이를 모아 통관(通觀)하면

 

어렴풋이 웃음이 지각되는 그런 준(準)

 

웃음 상태의 얼굴이다.

 

 

시집에서 웃어른을 대할 때 마음 속에서

 

양 눈 가장자리를 넓히면 두 볼 살을

 

끌어올리며 화안을 자아낸다.

 

시집식구나 마을 어른들 대할 때는

 

아랫입술 가장자리를 넓히면 화안이

 

스며 오르고, 아랫사람이나 연하를 만날

 

때엔 오른쪽이나 왼쪽 볼을 넓히면

 

얼굴의 좌반, 우반에 화안이 이뤄진다

 

하여 사반화안이다.

 

 


영국시인 바이런의 희랍(希臘) 사랑은

 

알려져 있는데 화려했던 고대 문명이나

 

헬레니즘에 반해서가 아니다.

 

그가 처음 그리스에 상륙했을 때 항구

 

에서 무화과 파는 한 희랍 여인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바이런의 접힌

 

저고리 칼라를 펴준 것이 발단이었다.

 

 

한 나라의 인상은 이처럼 화안에서

 

가장 민감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보면

 

국제화시대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더욱 화안이라는 우리 전통문화가

 

흙속에 묻혀 있는 바에랴.

 

지금 구불(九不)이 판쳐 웃음을 잃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학자들이

 

개그맨과 연계하여 웃음을 활성화하는

 

학회를 만들었다기에 우리 전통 지하

 

에 흐르는 웃음의 광맥을 더듬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