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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생명과 평화를 향한 탁발 순례길

신오덕 2005. 9. 28. 12:34
< 생명과 평화를 향한 탁발 순례길 >

2004년 3월 1일 지리산에서 출발한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은 지금까지 500일이 넘는 시간을 걸었다.

 자본은 속도이고 속도는 죽임과 반평화 반생명을 낳는다는 지극히 명확한 논리를 들고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이 탁발순례인 것 같았다.

 

도법스님이 이끄는 탁발순례단이 지난 9월 20일 상주에 왔다. 25일까지 6일 동안 상주지역을 이곳저곳 다녔다. 하루에 15Km 정도 걸으면서 세상을 보고 인간을 만나고 지역을 만나는 작업이었다.

 

나는 첫날 오후 중동에서 결합을 하여 낙동까지 걸었고 마지막 날 처음부터 결합하여 상주 시내를 돌고 오후에는 이안면쪽을 걸었다.

 

첫날은 드물게 비가 내렸다. 우의를 입고 모자만 쓴 채 걸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경험이었다.

비가 내리는데 우산 속에서 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를 맞으며 비와 함께 걷는다는 것이 이리도 마음 편하고 즐거움을 주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중동면에는 공군부대가 있고 매향리처럼 사격장이 있는 곳이다. 섬처럼 낙동강에 둘러싸여, 그 고립이 고통으로 칭칭 둘러매어져 있는 곳이었다.

면사무소에서 간상리를 거쳐 다리를 건너면 낙동면. 처음 걸어본 길이다.

 

강에서는 물안개가 어슴프레 피어오르고 그 아름다움은 저 멀리 흘러가는 강처럼 아득하였다.

 

 

 

마지막 날은 날씨가 화창하였다.
북천 전적지에서 출발하여 시내를 돌았다. ‘생명평화 탁발순례’ 조끼를 입고 유인물도 나누어주면서 걸어다녔다.

 

이곳에 온지 2년째인데 처음으로 왕산에 가 보았다. 왕산은 央山이라고도 하는데 상주의 중앙에 있는 조그만 산이다.
그 곳에는 이곳 출신인 장지연의 비석이 있다. ‘시일야방성대곡’를 써 놓고 장지연의 약력이 담긴 기념비에는 어디에도 그의 친일 행적은 없다. 80년대 당시 세울 때에만 해도 그는 애국자였는데 지금은 친일인사 명부에 올라있다.

사람들은 객관적 진실에 대해 분개한다. 그 내면의 어쩔 수 없었음이 더 인간적이고 감동을 주는 것인가?

지역 사람들은 장지연의, 그 말년의 어쩔 수 없는 변절을 안타까워할망정 그를 욕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소위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도.....

하여간 앞으로 더 속속들이 평가해야하는 과제가 남은 것 같다.

 

복룡리 석조불에 대해 내내 궁금했었는데 그 부처가 앙산에 옮겨져 있었다.
보물이라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된 듯 보여 안타까웠다. 온통 거미줄이고 석가래 회칠은떨어져 나갔다.

 

 

시내 중심부를 걸으면서 쉬엄쉬엄 걸어가는 이 길이 내가 항상 바삐 걸어다니는 길이라 또 다른 느낌이 왔다.

 

 

오후에는 이안면 쪽으로 갔다.

이안면 여물리가 고향인 순례대원이 있어 이왕이면 그곳에 한번 들러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5세때 고향을 떠나 한번도 가보지 않았단다. 가족들이 서울에 살면서 모두 가보지 않았던가 보다.
물어물어 찾아간 여물2리, 노인회관에 갔더니 할머니들이 대번 그의 아버지 함자를 기억하였다. 그의 큰 아버지도 그의 고모도 모두 안부를 물으며 ‘왜 이제 왔냐’며 질책 아닌 질책을했다.
서울이라 해봐야 몇시간 거리도 아닌데 어떻게 아직껏 오지 않았냐는 것인데..사실 어린이야 무슨 죄가 있는가?

그는 뭉클한 가슴을 안고 할머니들에게 절을 하였다.
고향이란 그런 곳이다.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안부를 묻고 지나온 이야기가 묻혀있는곳. 그래서 자신을 찾는 곳, 그런 고향을 찾아든 사람이 있었다.

여물2리부터 흑암리를 거쳐 이안 아산분교 쪽으로 갔다. 간간이 바람이 불고 맑은 물이 흐르고 그리고 파아란 하늘에 구름이 떠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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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되지 않아 정해숙, 이영희선생님과 이상훈선생이 합류하여 같이 걸었다.

 

 

 

걷는다는 것은 비운다는 것. 평화란 비우고 버리는데서 얻을 수 있는 것- 그러고 보면 탁발 순례는 이렇게 버리고 비우는 과정일 것이다.
‘세상의 평화는 내 안의 평화에서부터.....’ 탁발 순례를 하면서, 생각없이 걸으면서 그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가져온 곳: [희망만들기]  글쓴이: 그저물처럼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