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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스크랩] 세상 속으로 본문
세상을 사는 방법을 알기는 어렵다. 단지 구름 속에 든 해처럼 박명만으로 어렴풋이 빛난다. 어떤 일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을 떠올리며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기에는 때이르다. 그런 중에도 행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주변에는 항상 새로운 일이 끊이지를 않는다. 곧이곧대로 부모님께 말씀드려 심사숙고한 어떤 결정을 받는다. 간섭하고 결정한 대로 따르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일이 단순하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막연하게나마 기대하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는 곳이 있다. 특히 울타리 밖으로 나가 부딪히는 일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제법 자랐다고 발도 닿지 않는 자전거를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것이 보인다. "한 번 타볼 수 없을까?" "너는 자전거 타는 법도 모르잖아!" 타고 싶어도 그 열망을 꺾는 소리들만 한다. "함부로 타면 안 돼!" "좋아! 그럼 내가 배워 올테니까 그 때 봐." 처음 스스로 결정하고 새기지만 주변에 마땅한 자전거가 드물다. 궁리 끝에 사촌들을 생각해냈다. 작은아버지가 항상 타는 자전거가 있다. 가끔 사촌들이 타고 와서 뻐기며 손도 못대게 한다.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라는 고민은 있지만, 생애 처음 결심한 의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는 말이 있다. 일은 의외로 쉽게 모색된다. 갑자기 작은 집에 갈 기회가 생겼다. 아버지와 함께 오 리나 떨어진 곳에 걸어간다. "안되는데..."라는 사촌들의 완강한 거부는 애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탈없이 타겠다는 단서를 준다. 또하나 '나도 탈 수 있다.'라는 의지를 보여준다. 사촌들을 물리치고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공터까지 간 것은 좋았는데 다음이 난감하다. 몇 번을 쓰러진다. 도무지 일어설 수 없다. 자전거와 함께 나뒹군다. 타기는커녕 올라앉기부터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나와 자전거가 따로 놀아 주체하기 힘들다. 맨살인 곳마다 만신창이가 된다. 혼자 애쓰고 있으니 나중에 공터에 나온 사촌들이 옆에서 집적거린다. 시범을 보인다는데 물리친다. 내가 자전거 핸들을 놓으면 마음이 변할지 모른다. 할 수 없이 사촌들은 옆에서 따라다니며 가르친다. "팔(8) 자로 타라."고 얘기한다. "오른쪽으로 쓰러질 때에는 왼쪽으로, 왼쪽으로 쓰러질 때에는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라."고 한다. 그런 것을 몰라서 못타는 것이 아니므로 답답하다. 어느새 아버지까지 나왔다. 뒤에서 안장을 잡아준다. 간신히 올라탔다. "꽉 잡아 주세요." 소리친다. 위태롭지만 그런 대로 자전거가 나아가기 시작한다. 다른 것을 전혀 생각할 수 없어 "절대 놓지 마세요."라고 거듭 소리친다. "페달을 힘껏 밟아. 멀리 앞만 보고 달려라. 그러면 쓰러지지 않아!" 뒤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핸들을 꽉 잡고, 페달을 힘껏 밟을 수밖에 도리가 없다. 자전거가 나아간다고 느끼는 순간 인제는 속도감 때문에 어지럽다. 와중에도 '이렇게 나아가는구나!' 하는 쾌감이 든다. 그러다가 뒤에 아무 기척이 없다고 느끼는 찰나 자전거와 함께 쳐박혔다.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는데, 길가 세워 두었던 문방구 간판이 함께 넘어졌다. 테두리 날카로운 곳에 옷과 살갗이 찢겼는지 피가 솟는다. 자전거를 볼 때마다 나는 처음 타던 그 때를 생각한다.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힘껏 밟으면서 가속을 붙인다. 차츰 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 머물던 것들이 스쳐 뒤로 간다. 왼쪽, 오른쪽을 유난스럽게 떠올리지 않아도 자전거는 곧게 나아간다. 돌아보면 내가 서있던 세상은 저만큼 멀어지고, 다른 세상이 다가온다. '힘차게 밟아라. 멀리 앞을 보고 가라. 그러면 쓰러지지 않는다.' 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나는 달려간다.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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