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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TV가요제의 몰락

신오덕 2005. 12. 21. 14:06

 

[만물상] 연말 TV가요제의 몰락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tjoh@chosun.com
 
입력 : 2005.12.19 00:51 39'

 
 
일본에선 섣달 그믐을
 
‘오미소카(大晦日)’라
 
고 부른다.
 
 
그 ‘큰 그믐날’ 온 가
 
족이 모여 하는 일이
 
둘 있다.
 
무병장수를 비는 밤참으로 메밀국수 ‘소바’를
 
먹고 공영방송 NHK의 ‘홍백전(紅白歌合戰)’을
 
본다.
 
 
이 가요 결산프로그램에선 한 해를 대표하는
 
가수 28명이 홍·백팀으로 나뉘어 자정무렵까
 
지 4시간30분 동안 경연한다.
 
1951년 시작해 시청률이 80%까지 치솟으며
 
송년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됐다.

 

 

 

▶NHK 홍백전에서 빠진 가수는 낙심했다.

 

내리 몇 년을 출연했느냐가 인기의 잣대였다.

 

한국계 프랑크 나가이가 자살을 기도하자 홍

 

백전에서 탈락한 탓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한국계라는 소문이 나돌았던 엔카(演

 

歌)의 거목 미야코 하루미는 1984년 “홍백전

 

에 25회나 나왔으니 더는 의미가 없다”며

 

출연 중단을 선언했다.

 

 

시청률은 50%대로 폭락했다.

 

 

▶1999년 음반 600만장을 판 소녀가수 우타다

 

히카루는 NHK 회장까지 간청하는데도 홍백전

 

출연을 거절했다.

 

 

신곡 준비하러 미국에 간다는 이유였다.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더니 지난해 40%선마저

 

무너졌다.

 

우리 연말 가요프로그램의 몰락은 훨씬 급격

 

하다.

 

섣달 그믐밤 38년을 이어온 MBC ‘10대 가수

 

가요제’가 취소됐다.

 

‘10대 가수’ 중 넷이 불참을 선언한 탓이다.

 

셋의 불참 이유가 일본처럼 해외스케줄이다.

 

 

▶NHK 홍백전이 쇠퇴한 원인으론 가요계에

 

히트곡이 드물고 경쟁 민방들이 격투기 같은

 

공격적 대응 프로를 편성한 게 꼽힌다.

 

연말연시를 따분하게 집에서 보내느니 외출·

 

여행에 나서는 사람도 늘었다.

 

 

우리는 큰 원인이 프로그램 자체에 있다.

 

스스로 공신력을 잃어버렸다.

 

SG워너비가 “한 번도 출연하지 못한 MBC에서

 

주는 상을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한 것부터가

 

그렇다.

 

이 그룹은 소속사와 MBC의 사이가 좋지 않았

 

다고 한다.

 

 

▶작년 말 연예제작자협회는 지상파 3사와 케

 

이블 음악채널 등이 주최하는 연말 가요시상

 

식을 폐지하라는 성명을 냈다.

 

선정기준이 모호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가요

 

계의 불신과 반목을 조장한다는 이유였다.

 

 

어느 젊은 가수는 랩송에서 “만들어진 10대 가

 

수 불쌍하다”고 대놓고 조롱한다.

 

그런 불신 속에 연말 가요프로 시청률은 15%

 

선에 그친다.

 

시대착오적으로 난립한 시상 프로들을 정리할

 

때가 됐다.

 

연예인들이 ‘방송 권력’에 무조건 순종하진 않

 

을 만큼 입지가 탄탄해진 시대상(相)의 변화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