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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는 일

신오덕 2005. 12. 24. 12:40

[이규태 코너] 루미나리에


입력 : 2005.12.20 19:03 35'

한 해를 보내는 것을 일본사람들은 한 해를 잊
 
는다는 뜻으로 망년이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는 나이를 잊어버릴 만한 막역한 사이라는 뜻
 
일 뿐 세모와는 아랑곳이 없다.
 
 
얼마나 지긋지긋했기에 잊어버리고 싶은 망년
 
이었을까.
 
나라에 따라 세모세초가 연결개념인 문화권과
 
일본처럼 단절개념의 문화권이 있는데 우리나
 
라는 연결개념의 나라다.
 
 
섣달그믐날 밤 샘가 부엌 헛간 도장 마루밑 뒤
 
란 측간 외양간 어느 한구석 어두운 곳 없이
 
등불을 밝히는 조허모(照虛耗)를 함으로써 불
 
길한 음귀(陰鬼)가 붙지 못하게 하는 것도 연
 
결개념의 나타남인 것이다.
 
 
조허모뿐 아니라 섣달그믐날 밤을 잠을 자지
 
않고 수세(守歲)하는 것도 연결개념의 나타남
 
이다.

 

 

조허모 수세를 하고 집집마다 등꽃(燈花)을 만

 

발시키고 밤새워 폭죽을 터트려 악귀들의 접

 

근을 막는 것을 보면 중국의 세모세초 문화도

 

한국과 같은 연결문화임을 알 수 있다.

 

 

요란스럽게 등꽃을 피워 놓고 새해를 맞는데

 

그 등불이 보다 멀리 비추고 보다 오래 보다

 

밝게 비출수록 그의 권력과 영화와 밀접한 것

 

으로 알았다.

 

 

당나라 서울 낙양(洛陽) 남산에 권력자들이 앞

 

다투어 수세 등나무를 켜놓았는데 100리 밖을

 

비추었다고 시인 두보(杜甫)는 비꼬았다.

 

 

양귀비의 아우인 한국 부인은 수세하는데 80

 

척의 높은 등나무에 100가지 달린 백지등(百

 

枝燈)을 달아 월색을 빼앗았으며 양귀비의 오

 

빠 안국충은 자기집 둘레에 천거촉(千炬燭)을

 

두르고 수세를 했는데 천거촉이 어떻게 만든

 

초인지 알 길이 없다.

 

등 사치가 심했던 당나라 때 정초에는 안복문

 

(安福門) 밖에 높이 120척 넓이 20칸의 등륜

 

(燈輪)을 만들어 황금, 백은, 오색 보석으로 만

 

든 5만개의 갖가지 금수등(禽獸燈)으로 꾸몄

 

다.


 

3년 전이던가 한·중 수교를 기념하여 김포공항

 

인근 광장에 중국등제가 열렸었는데 50만개의

 

누에집으로 만들었다는 18m 길이의 봉황이

 

머리를 돌려보고 100m 길이의 등으로 만든

 

용이 역시 등으로 만든 만리장성에 와닿는 장

 

관이 잊히지 않는다.

 

지금 200만개의 꼬마전등들이 온도의 추이에

 

따라 각기 여섯색을 내며 서울 복판의 밤을 수

 

놓고 있는 루미나리에는 연말연시 연결문화의

 

합작품으로 동서고금 이전에 없던 장관이 아

 

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