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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신오덕 2006. 3. 17. 17:34

 

 

[이덕일 사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당(唐) 태종(太宗)이 보낸 모
 
란 그림을 보고 선덕(善德)
 
여왕은 “그림에 나비가 없으
 
니 향기가 없음을 알겠다.
 
 
 
이는 당제(唐帝)가 과인이 짝이 없음을 놀리는
 
것이다”라고 간파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하고
 
있다.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 모란무향(牧丹無香)조
 
에서 “내가 경험해 보니 반드시 향기가 없지는
 
않다.
 
 
 
다만 꽃은 곱지만 냄새가 나쁘기 때문에 꿀벌
 
이 없는 것이다”라고 여왕의 체면을 존중하면
 
서 향기가 있음도 알렸다.
 
 
 
그러나 계곡(谿谷) 장유(張維)는 ‘작은 섬돌 위
 
의 모란꽃[小階牧丹]’에서 “하늘 향기가 술잔
 
속에 스며들었네[天香入酒?]”라고 모란의 향
 
기가 나쁘기는커녕 천향(天香)에 비유했다.
 
 

 

모란 외에 계화(桂花)나 매화도 천향이라 불렸

 

는데, 자태까지 고운 모란은 ‘천향국색(天香國

 

色)’으로 불렸다.

 

 

 

신라의 설총(薛聰)은 신문왕에게 미색(美色)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할미꽃을 화왕(花王)에 비

 

유한 ‘화왕계(花王戒)’를 썼지만, 많은 경우 화

 

왕은 모란을 뜻했다.

 

 

 

그래서 추사 김정희는 ‘추모란(秋牡丹)’에서

 

“가을이면 너처럼 부귀한 게 또 있으랴/ 처사

 

란 이름은 아무래도 맞지 않네”라고 모란을 처

 

사화(處士花)가 아니라 부귀화(富貴花)라고 읊

 

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유명한 요황화(姚黃花)는 낙양(洛陽)

 

요씨가(姚氏家)의 황모란(黃牡丹)인데, 송(宋)

 

나라 정승 이적(李迪)이 이를 임금께 바치자

 

소식(蘇軾)이 “요황화를 바친 것 또한 어여쁘

 

도다[可憐亦進姚黃花]”라고 노래했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 ‘구외이문(口外異

 

聞)’ 조선모란(朝鮮牡丹)조에서 “북경의 괴수

 

사가(槐樹斜街)·자인사(慈仁寺)·약왕묘(藥王

 

廟) 같은 꽃 시장에서 하포모란(荷包牡丹)을

 

조선모란(朝鮮牡丹)이라고 부르며 항상 파는

 

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음은 무슨 까

 

닭일까”라고 묻고 있다.

 

 

 

모란의 시인 김영랑의 생전 모란이 70여 년 만

 

에 전남 강진 생가에 돌아왔다는 보도다.

 

 

 

시인의 뜰에 활짝 핀 모란이 더 이상 ‘찬란한

 

슬픔의 봄’이 아니라 ‘환희의 봄’을 의미하기

 

를….

 
 
 
이덕일·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입력 : 2006.03.13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