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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스크랩] 마침내 원시 아프리카를 만나다 본문
아프리카에 살면서도 늘 진정한 아프리카를 만나보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원시의 힘이 느껴지는 곳, 때묻지 않은 순수를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아프리카라기 보다는 마치 유럽에 와있는 느낌, 그래서 원시의 힘이 느껴지는 아프리카다움을 느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었다.
현지인 친구인 수젯이 그런 하소연을 듣고는 자기 친정집 동네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을 했다. 수젯은 이십대 중반에 일본에 건너가서 10년 이상을 살다온 친구라 동양인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친구이기도 했고 지금도 일본 관광객들 가이드를 하고 있어서 그 친구와의 동행은 다른 어떤 여행보다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젯의 고향은 케이프타운에서 2시간 여 정도 떨어진 시골마을로 루이보스 차 생산지로도 유명한 곳이고 봄이면 온갖 들꽃이 유명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마침 루이보스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어서 한 가지 즐거움을 더할 수 있게 되었다.
남아공 시골 여행길에 가지는 작은 즐거움 중에 하나는 바로 길 옆에 특색 있는 모습의 FARM STALL(그 지방에서는 나는 특산물을 파는 가게, 가끔 시골집의 소박한 식사를 팔기도 한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시골 농가에서 직접 만든 맛있는 잼이나 말린 과일을 살 수도 있다.
수젯의 고향 클랜윌리암(CLANWILLIAM)을 가기 전에 씨츠러스달(CITURSDAAL-오렌지 종류의 과일이 많이 나는 곳이라는 뜻-레몬 오렌지 귤 자몽 등등) 팜 스톨에 들렀다.
하얗고 아담한 집 양쪽으로 분홍꽃을 활짝 피운 나무가 마치 엽서 그림의 한 장면 같다. 농가에서 직접 만든 잼 병이 가득한 선반과 이쁘게 포장해놓은 마른 과일이 보기 좋다. 사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인심 좋은 할아버지의 서비스와 입담이 즐겁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귤을 몇 망태기 샀다. 50개 이상은 들었을 귤 한망태기가 5랜드(천원이 채 안된다)이다.
루이보스 페스티발이 열리는 시내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엄청나다. 남아공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은 것을 구경하기 힘든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작고 아담한 마을인데 길에 쏟아져 나와 걷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루이보스 차 축제라고 해서 혹시 여러 가지 차를 맛보거나 싼 값에 살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정작 차 구경은 하기 힘들다. 연극 공연 음악 공연 전시회등 많은 행사가 열리는데 그 행사를 후원하는 회사들이 대부분 큰 루이보스 차 가공 회사라는 것이 루이보스 차 축제의 명분을 살리고 있는 것 같다.
축제 기간 동안은 길거리에서 파는 여러 가지 전통 음식들을 맛볼 수도 있다. 그 중에 불을 때고 남은 재 속에서 구워낸다는 빵이 제일 눈이 띤다. 아무것도 들지 않고 그저 밀가루 덩어리인 그 뜨끈뜨끈한 커다란 빵을 혼자 두 개나 먹었다. 단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아무 맛도 없는 그 빵을 맛있게 먹는 엄마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축제 거리를 한 바퀴 휭 돌아보고 케이프타운 시내에서는 구하기 힘들다는 루이보스 차를 몇 박스 사고 수젯의 고향마을로 향했다.
자기 고향은 엄청 시골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 수젯의 말이 이해가 갔다.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비포장 도로를 만났다. 남아공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연결된 것으로 유명한데 드디어 비포장 도로를 만난만큼 우리는 오지로 들어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사륜구동 자동차가 드디어 빛을 바랄 때 가 온 것이라고 우리 모두는 흥분했다. 수젯 부부의 차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앞서간다. 그 뿌연 먼지 사이로 아프리카 돌산의 행렬이 이어진다. 클랜윌리엄 자체가 이미 고산지대인데 우리는 그 보다 더 깊은 고산지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 세데버그(CEDERBERG-BERG는 아프리칸스 어로 산이란 뜻이다)산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매일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구경만 해본 아프리카의 돌산 중심에 우리가 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수젯의 고향집 가는 길목에 있었다. 사방이 돌산으로 둘러 쌓이고 사람이라고는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인데 문득 작은 표지판이 나오면서 길을 안내한다.
큰 도시 여행에서 만나는 게스트하우스나 B&B처럼 호사스럽거나 깔끔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꾸며놓은 집이다. 네 식구가 쓰기엔 황송하게 넓다.
수젯은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다음날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아이들은 시골이라고 재미없을 것이라고 툴툴 댔었지만 풀어놓자 마자 물만난 물고기들처럼 펄떡거린다.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고 풀어 기르는 송아지를 따라다니고 티비도 없는 심심한 산골 집에서 아이들은 그래도 심심한 줄 모르고 하루 해를 넘겼다.
다음날 아침 수젯의 고향집으로 갔다. 사십 중반을 넘긴 수젯이 태어나고 자랐다는 시골집은 여전히 깨끗하고 깔끔하다. 칠십을 훨씬 넘긴 수젯 친정엄마는 평생을 오지에서 농사꾼의 아내로 살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화통한 할머니다.
수젯 친정엄마가 싸준 피크닉 바구니를 싣고 수젯 아버지의 자동차 한 대로 여섯 명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드디어 산행이 시작되었다. 덜컹 덜컹 차는 심하게 움직인다. 수젯의 남편 스컬크는 그런 험한 비포장 도로에서도 기본이 시속 80KM이다. 아이들은 우리 차를 두고 함께 가야하는 것에 불만이었지만 스컬크가 굴곡이 심한 길에서 속력을 내서 차체 움직임을 크게 할 때마다 아이들은 환호성이다. 머리가 차 천장에 부딪치고 내장이 다 쏠리는 것 같은데도 아이들은 즐겁다. 학교 선생님이라 아이들 다루는데 이력이 있는 스컬크 덕에 아이들은 좁은 차안에서도 지루하지 않다.
덜컹거리는 차. 뿌연 흙먼지 속을 헤치면서 거대한 돌산을 굽이굽이 돌아 오른다. 어느 산 봉우리 정상에 오르니 우리가 지나온 길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바짝 물마른 초록 덤불과 돌산을 배경으로 황톳빛 구불구불한 길이 마치 아프리카 여인들의 투박한 목걸이를 풀어놓은듯 한 모습이다.
아프리카 대륙은 선캄프리아 기에 해저에서 융기한 대륙이라고 한다. 그래서 유난히 탁상지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방을 둘러선 산 전체의 모양새는 뾰족하거나 굴곡이 심하지 않고 완만하다.
산 아래서는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이던 돌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는 것 같다. 엄청난 흙먼지을 일으키며 산 정상에 오르니 거짓말처럼 넓은 평원이 나타난다.
부시맨 벽화 표시판이 있는 곳에 차를 세웠다.
휙 성냥이라도 한번 그어대면 휘리릭 타버릴 듯 바짝 마른 대지 위에 물기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키작은 덤불들이 아무렇게나 자라나 있다. 우기가 시작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지역은 아직 목마르다. 제 몸의 물기라고는 이미 다 빨아먹고 목마른듯 바짝 마른 덤불 가지들, 바람과 목마름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키 작은 나무들이 안쓰럽다.
바닷가에서 보는 하늘과 마른 대지 위에서 보는 하늘 색은 다르다. 바닷가의 하늘은 늘 맑고 투명한데 오지 산 위에 맞닿은 하늘은 맑지만 짙은 잉크색이다. 바람에 실려 구름이 깃털 모양으로 흩어지며 흘러간다.
그 짙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부시맨들이 살았다는 동굴이 있는 붉은 빛의 돌무더기가 힘차게 솟아있다.
적어도 1500년에서 2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시맨 벽화는 아직도 너무 선명하다. 마치 바로 어제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듯 선명하고 단순하지만 천년 이상의 긴 세월을 거기서 그렇게 말없이 지내온 역사이다.
코끼리 몇 마리와 긴 형태의 사람 몇 명이 간단하게 그려진 그 그림은 어떤 주술적인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지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남아공의 원주민이었던 부시맨들은 왜 강가나 바닷가를 제쳐두고 이런 척박한 오지에서 살았을까. 내내 의문스러웠다.
동굴 벽화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타짤(STADSAAL- 굳이 영어로 말하자면 TOWNHALL쯤 된다)이라는 곳이 있다. 부시맨들이 모여 살았던 주거지역이었는데 바짝 마른 허허로운 대지 위에 온갖 붉은 돌 무더기들이 온갖 희귀한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다. 마치 작은 바위 도시를 보는 듯 했다. 잠시 눈을 감고 그 옛날 이 땅의 주인이었을 부시맨들이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잉크빛 하늘에 바람이 흩어놓은 구름을 배경으로 우뚝 우뚝 솟아있는 붉은 색 바위들의 조화가 힘차고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높은 바위에 오르니 바람이 강하게 와 부딪치고 저 아래 산 계곡들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원시 아프리카의 힘이 느껴진다.
차로는 갈 수 없고 걸어서 5시간 이상 오르면 볼 수 있다는 거대한 돌 아치문(WOLFBERG ARCH)과 돌 기둥(WOLFBERG CRACKS) 까지는 가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가볼 수는 없었지만 이미 눈앞에 펼쳐져 있는 돌 무더기의 형상과 규모를 봐서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8시간 이상의 비포장 도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붉어지기 시작한 해를 안고 돌아오는 길 내내 높아지거나 낮아지면서 옆으로 스쳐가는 돌 산등성이의 실루엣이 다시 한번 원시 아프리카의 힘을 느끼게 한다.
그날 저녁 우리가 묵었던 집에서 모두 함께 불을 피우고 브라이 파티를 했다. 수젯 엄마가 준비해준 몇 점의 고기와 직접 구워낸 빵. 하루 종일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지칠대로 지친 우리들에게 산속에서의 소박한 한 끼 식사는 차라리 축복이었다.
피곤은 성난 폭풍처럼 달려들고 눈꺼풀은 인정 없이 내려앉는다. 그때 무심코 올려다 본 밤하늘.
내 생애 가장 많은 별을 본 밤이기도 하다. 마치 구름이 머문듯 뿌옇게 보이는 것 모두가 별, 별, 별들이었다. 성운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저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별자리에 해박한 남편이 북반구에서는 구경하지 못하던 별자리라며 무슨 자리 무슨 자리 별자리 열심히 설명하지만 마치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부서져 내릴 듯 반짝이는 별만으로도 우린 마냥 신기하고 행복했다.
우리가 머물던 산만 넘으면 남아공 최대의 천문 관측대가 있는 서덜랜드이다. 남반구 별자리를 관측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한국 무인 천문대도 역시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왜 이 지역이 별자리를 관측하기에 최고의 장소인지 실제로 경험해본 날이기도 했다.
길들여진 자연과 잘 정리된 곳에 익숙한 우리 가족이 처음 만난 원시 아프리카에서의 이틀은 너무 아쉽게도 빨리 지나갔다.
희망봉에서 현경...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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