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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 효자

신오덕 2006. 11. 24. 12:48

 

 

[만물상] '지게 효자'

 

 


중국 제(齊)나라에 난리
 
가 났다.
 
임치 마을 살던 강혁이
 
중풍 걸린 어머니를 업고
 
피란길에 올랐다.
 
모자가 도적과 맞닥뜨려
 
오들오들 떠는데 도적이
 
되레 눈시울을 붉혔다.
 
 
“내 어머니는 피란길에 돌아가셨는데….” 무사히
 
풀려난 모자는 난리가 끝난 뒤 귀향길에 또 그 도
 
적을 만났다.
 
 
도적은 강혁에게 어머니를 잘 모시라고 수레를 줬
 
다.
 
강혁이 거절했다.
 
“어머니는 푹신한 제 등을 더 좋아하십니다.”
 
 

▶지난 8월 조선일보 독자면에 ‘이런 후배가 자랑

 

스럽다’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실렸다.

 

41세 이군익씨가 지난 6월 92세 아버지를 ‘지게

 

의자’에 지고 금강산을 오르는 모습이었다.

 

생전에 금강산을 보고 싶다는 아버지를 위해 이씨

 

는 방석을 얹고 안전벨트까지 단 알루미늄 지게

 

의자를 만들었다.

 

15㎏ 지게에 43㎏ 아버지를 태워 만물상 턱밑 전

 

망대까지 올랐다.

 

이씨의 윗몸은 온통 피멍이 들었다.

 

 

▶중국 취푸(曲阜)에 사는 교포가 감동을 받고 지

 

난달 이씨 가족을 초청했다.

 

취푸는 공자의 고향이자 공자사상의 성소(聖所)

 

다.

 

이씨는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태산에 오르고 공자

 

묘를 찾았다.

 

‘한국 효자, 취푸에 오다.’

 

치루일보(齊魯日報)를 시작으로 방송사들이 앞다

 

퉈 보도했다.

 

이씨 부자 사진을 벽에 걸어두고 스스로를 닦는

 

징표로 삼겠다는 사람부터 ‘공자’를 가르치는 공

 

학관(孔學館) 교장까지 이씨를 만나러 왔다.

 

 

▶이씨의 지게는 요즘 인천 집, 조그만 정자에 놓

 

여 있다.

 

정자 역시 작년에 어머니가 떠난 뒤 적적해진 아

 

버지를 위해 만들었다.

 

 

7남매의 막내인 이씨는 “아버님께 어린 손주들 재

 

롱을 보여드리려고 내가 고집해 모시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힘들까 봐 지게 타기를 꺼리지만

 

아들은 지난 추석에도 아버지를 지고 덕유산 정상

 

을 밟았다.

 

 

▶요즘 자식 따라 ‘관광’ 갔다가 버림받거나, 요양

 

시설에 맡겨진 뒤 자식들이 소식을 끊는 노인이

 

한둘 아니다.

 

이런 우리 사회가 가뜩이나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고려장(高麗葬) 설화에서 노쇠한 부모를 깊은 산

 

속에 내다 버리는 바로 그 도구가 지게였다.

 

그런 지게를 이군익씨는 효심의 상징으로 바꿔놓

 

았다.

 

어제 다시 조선일보 독자면에 한 교사의 편지가

 

실렸다.

 

‘공자마을 사람까지 감동시킨 지게 효행은 자라나

 

는 세대에 귀한 배움이 될 것입니다.’


 

주용중 논설위원 midway@chosun.com
 
입력 : 2006.11.23 07:4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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