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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삼기칠의 힘은 무엇인가?

신오덕 2007. 12. 22. 12:01
 
<박광재의 스포츠&피플>
 
“2010년 월드컵에 인생 전부를 걸었습니다”
 
 

" 이젠 남은 축구인생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어요. "

7년 만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온 허정무(53)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가 난 지 보름여가 지났는데도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듯하다.

 

'오랜만이고, 뒤늦게나마 감독 취임을 축하한다'는 인사말에 지난 7일 감독직 수락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소감을 되풀이한다.

허 감독과 자주, 그리고 가깝게 본 것은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였다. 당시 기자는 취재를 위해, 허 감독은 언론의 해설위원으로 함께 월드컵 취재에 나섰다.

 

물론 이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동행 취재를 하기도 하고 프로축구단을 맡고 있을 때도 자리를 하곤 했지만 현직(?)을 떠나있을 때였던 98 프랑스월드컵 때만큼 깊이 있는 얘기를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10년 전과 똑같이 방배동 서래마을에 살고 있었다.

 

'아직도 여기서 사느냐'는 말에 " 교통이 좋아서 이곳에 눌러앉았다.

 

반포대교 건너면 축구협회까지 15분, 구단으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기 쉽고, 또 해외원정길에 나설 때는 공항가기도 편하다 " 고 답한다.

 

허정무, 그는 여전히 축구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니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에 남은 인생 모든 것을 걸었다'는 소감이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그는 이미 예전에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것도 무려 두 차례나. 1995년 브라질팀 방한 경기 때 한국대표팀을 이끌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와 아시안컵 때도 마찬가지다.

 

허 감독은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축구국가대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2001년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지난 7월 아시안컵 때까지 6년 동안 대표팀 지휘봉은 외국인 감독들에게 맡겨졌었다.

 

히딩크 이후 코엘류,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베어벡까지.

그간 외국인 감독 선임에 대해 그는 " 그동안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다녀갔고 좋은 성적을 낸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 며 " 외국인 감독이라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내국인 감독이라고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고 말했다.

이번에도 외국인 감독과의 접촉 끝에 자신이 최종적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 솔직히 부담스럽다.

 

나를 마지막으로 국내파 감독 공백 상태가 7년 동안 계속됐다가 다시 시작하는 셈이니까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파 감독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 이번에 내가 잘하지 못할 경우, 그 같은 선입견이 더욱더 고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걸었다 " 며 다시 잔뜩 긴장한다.

사실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기' 있는(?) 지도자는 아니다.

 

허 감독을 무서워하고 심지어 비판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의 지도 방식 때문이다.

 

허 감독은 강압적인 훈련으로 악명이 높다.

 

허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한 선수는 " 훈련이 끝나고 마지막에 꼭 선착순 달리기를 했다.

 

늦게 들어오면 다시 그라운드를 돌아야 한다.

 

매번 이러다 보니 선수들이 정작 훈련 시간에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

 

체력을 아껴뒀다 선착순에 있는 힘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허 감독님의 뜻을 알겠지만 역효과가 적지 않다 " 고 밝힌 적이 있다.

한 고참 선수는 " 악명 높은 허정무-정해성 콤비가 선수들을 때려잡는 것 아니냐 " 며 걱정했다고 전하자 허 감독은 " 때려잡으려고 해도 시간이 없다.

 

선수로서 기본만 갖추면 즐겁게 운동할 수 있을 것 " 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허 감독의 축구 지도 철학은 확고부동하다.

"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고 대우도 좋아졌는데 요즘 선수들은 노력을 안 한다.

 

프로선수라면 노력 없이 팬들의 사랑을 받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

선수들이 프로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 지금도 체력과 정신력을 중시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 며 " 유럽 프로리그에서 극한 상황까지 치달리는 선수들의 표정이나 스피드를 보면 이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 고 말했다.

그러나 변한 것도 있다고 했다.

" 당시에는 젊은 혈기로 앞만 보고 달렸다.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 강요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뛰어난 리더십임을 깨달았다. "

요컨대 조급함에서 여유가 생겼고, 강요에서 자율로 지도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후배들은 어떻느냐'고 물었다. " 좋은 환경에서 축구하는 세대다. 경제적인 여건도 좋고, 잘하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하지만 축구하는 자세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프로의식이 부족하다.

 

EPL 선수들을 봐라. 표정부터 다르지 않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그런 자세가 아쉽다.

 

박지성이 성공한 건 맞다.

 

하지만 누구나 다 박지성이 될 순 없다.

 

그를 동경하기 전에 먼저 내 실력을 갖춰야 한다. "

'스포츠계에는 훌륭한 선수 출신이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는 속설이 있다는 질문에도 그는 " 훌륭한 선수였다면,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건 자만했다는 거다. 선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 폭넓은 이해, 이런 것들은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제대로 노력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길이란 것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 "

겉으로 드러나는 허 감독의 성향은 대체로 온화하다.

 

목소리 톤은 비교적 낮고, 속도는 느리다.

 

달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눌변도 아니다.

 

천천히,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대체로 다하는 편이다.

 

하지만 '진돗개'라는 별명을 염두에 두면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중량감이 간단치 않게 느껴진다.

그는 한국축구의 현실에 대해서도 " 2002년 월드컵을 분기점으로 해서 한국 축구는 나태해졌다.

 

전반적으로 허공에 붕 떠있다 " 면서 " 개인적으로는 총체적 난국이다. 꼭 집어서 누구의 책임이 아닌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 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 선수 선발에 대해 그는 " 이름값과 과거의 경력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 " 면서 " 국내 모든 선수를 상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점검, 선발하게 될 것이다 " 고 말했다.

 

허 감독은 " 대표 선수가 정신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일 " 이라며 " 몸과 마음과 정신이 준비되지 않은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 고 강조했다.

그는 또 "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며 " 당장 눈앞에 다가온 예선통과가 급선무 " 라고 밝혀 노장 선수들의 재영입도 시사했다.

선수 간 경쟁을 부추기고 실력을 우선시하는 것만큼 선수단을 긴장시키는 것은 없다.

 

효과적이고 공정한 선수 발탁은 허정무 감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08년에 벌어질 2010년 월드컵 예선에 대해 "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다.

 

국민적 사기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회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축구 인생 모든 것을 걸고 해보겠다팬들도 국내 지도자라는 선입견을 없애고 제로 상태에서 해 나가는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 " 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과 K리그 감독은 선수 차출로 인해 번번이 부딪쳤다.

 

내년 2월 월드컵 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을 조금이라도 빨리 소집하려는 그도 지금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그는 " 나는 프로 감독할 때 대표팀의 일정에 최대한 협조했다.

 

원칙은 항상 지켜져야 한다.

 

규정을 따르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연맹이나 협회도 협조해줄 것이라고 판단한다.

 

서로 대화를 통해 협조를 구한 뒤 결정에 따를 방침이다 " 고 밝혔다.

'세 번째는 운이 따를까(Third time lucky for Huh).'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의 홈페이지 소식란에 실린 한국축구대표팀에 대한 기사 제목이다.

 

한국축구감독직에 남은 인생 모두를 건 허정무 감독의 '운삼기칠(運三技七)'에 2008년 이후 한국축구의 운명이 걸렸다고 덕담(?)을 건네자 그는 " 운칠기삼이죠. 그런데 한국축구운(運)은 팬들로부터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 며 축구팬, 국민들의 변함없는 축구 사랑을 부탁했다.

허정무 감독은

▲1955년 전남 진도 출생

 

▲1968년 영등포공업고 졸업-연세대-수원대 대학원

 

▲1972년 청소년대표

 

▲1974~1986년 국가대표

 

▲1978 한국전력

 

▲1978~1980년 해병대 복무

 

▲1980~1983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1984~1986 프로축구 현대

 

▲1986~1986년 월드컵 국가대표

 

▲1989~1990년 월드컵대표팀 트레이너

 

▲1993~1995년 포항아톰즈 감독

 

▲1994~1994년 국가대표팀 코치

 

▲1995년 7월~1998년 9월 전남 드래곤즈 감독

 

▲2000년 올림픽대표팀 감독

 

▲ 2002년 KBS 축구해설위원

 

▲2004년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2005~2007년 12월 전남 드래곤즈 감독

 

▲2007년 12월~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

 

▲부인 최미나씨와 2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