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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신청으로 성공을 찾아라

신오덕 2008. 5. 31. 20:45

 

 

비자발급 선수, '여의도 박여사' 알고보니…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5.31 13:02 | 최종수정 2008.05.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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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70~80%는 유흥업 종사 여성 "차림새 티 안나게" 따끔한 '인터뷰 코치' 거래내역 통장 '뚝딱' 비자발급 성공률 95%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21일 미국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130명에 대한 비자발급을 알선해주고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여의도 박여사'로 통하는 박모(여·71)씨를 구속했다.

(연합뉴스 5월 21일 보도)
키 150㎝에 파마머리, 뚱뚱한 몸매의 '여의도 박여사'(71)가 경찰에 붙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수차례 미국 비자 부정발급을 알선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 서울 종로 미국대사관 앞에 비자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비자면제에 대한 양해각서가 체결돼, 이르면 연말쯤에는 비자 발급을 위한 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조선일보DB

박 여사는 '한 실장'(30대 후반 남성), '박 실장'(30대 중반 남성) 등 국내 3대 '브로커 패밀리' 중 최대 고객을 거느렸다고 한다. 전남 목포 출신에 고졸인 박씨는 50대 때 브로커계에 발을 디뎠다. 당시 여의도가 집이었던 박씨는 업계 평균을 웃도는 95%의 성공률로 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여의도 박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여사의 인터뷰 노하우

수년 전 미국 경찰은 대대적인 성 매매 업소 단속작전을 벌였다. 작전명은 성 매매 여성을 뜻하는 '금장 안의 작은 새'였다. 그 결과 한국 에서 온 20~30대 불법체류자들이 대거 붙잡혔다. 이후 한국의 미혼여성들은 비자 거부율이 높아지자 미국 한인타운의 유흥업소들이 '여의도 박여사'에게 SOS를 쳤다. 때문에 박여사 고객의 70~80%는 국내 유흥업소 종사자다.

재직증명서와 재학증명서, 소득관련 서류를 위조해 신분세탁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문제는 인터뷰다. 특히 한국 사회를 잘 아는 한국인 통역의 매서운 눈길을 피하는 것이 관건이다.

손톱과 머리는 짧게 하고 매니큐어와 머리염색은 뺀다. 귀걸이를 빼고 화장은 옅게 한다.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는 금물이다. 다음은 불법체류할 의사가 없다는 것 보여주기다.

" 미국 에 친척이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하고 "미국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누구랑 같이 가느냐"고 하면 친구보다 부모를 이야기한다. 그게 박 여사만의 노하우다. 여행객처럼 보이기 위해 여행 일정도 암기한다.

박 여사는 인터뷰를 앞둔 의뢰자를 호텔 커피숍으로 불러내 암기 사항을 A4지 한두 장에 담아 건넨다. "머리가 그게 뭐냐" "귀걸이 빼라"며 시어머니처럼 엄하게 코치하고 때론 혼도 낸다. 인터뷰 때 사용할 가짜 명함도 건넨다. 사장 이름과 부서명, 주소, 업종 외우기는 필수다.

◆의뢰에서 발급까지 2~4주… 통장 만들기부터 시작

박여사가 비자를 받아내는 데는 2~4주가 걸린다. 비자발급을 의뢰 받으면 박 여사는 맨 먼저 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 통장을 건네 받아 자기 돈 1000여만원으로 입·출금을 되풀이해 제출용 통장 거래내역을 만드는 것이다.

소득을 '만드는' 것도 박 여사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의뢰자로 하여금 관할세무서에 찾아가 "사실은 작년에 2000만원 벌었다"고 자진 신고하게 한다. 그 자리에서 소득금액 증명원을 뗀다. 세금이 늘어나는 일이니 세무서가 마다할 리 없다.

◆대포폰 10개…고객리스트도 꽁꽁


의뢰자가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 박여사는 바로 통화를 한다. 들통났다 싶으면 박 여사는 의뢰자와 통화하던 대포폰 대신 다른 대포폰을 쓰면서 잠수한다. 박여사의 휴대전화 10대는 모두 대포폰이다.

의뢰자는 이태원이나 남산쪽 호텔 커피숍에 만난다. 항상 택시를 타고 연락은 박여사가 먼저 한다. 대포폰이지만 발신번호도 안 뜨게 한다. 의뢰자들은 브로커가 '여의도 박여사'라는 사실만 알 뿐이다.

경찰이 박 여사 집을 덮쳤을 때 확보한 것은 컴퓨터와 스캐너, 재직증명서 위조용 중소기업 리스트와 재학증명서 위조용 대학 리스트를 적은 수첩 네 개가 전부였다. 어디에도 고객명단이 없었다.

◆일진 안 좋으면 인터뷰 신청 안해…본인은 미국 가본적 없어

비자 알선비는 철저히 후불제다. 계약금조로 30만~50만원을 주지만, 비자를 손에 쥐어야만 정가 500만원을 온전히 손에 쥘 수 있다. 말 잘하면 깎아도 주고 어리숙하면 600만원도 받는다. 고객명단이 없으니, 박여사의 정확한 수입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녀의 다이어리에 적힌 이름을 토대로 작년 4월 이후로 80건을 확인했다. 건당 500만원에 총매출 4억원이었다.

20년간 이 일을 했지만, 박여사는 미국 에 가본 적이 없고 영어도 못 한다. 경찰이 압수한 박 여사의 수첩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365일 모든 날마다 '○'표와 '×'표가 돼 있었다. 육십갑자에 따라 일진을 따져 좋은 날은 '○'표, 안 좋은 날은 '×'표를 해놓은 것이다. 박 여사는 아무리 급해도 '×'가 그려진 날에는 절대 인터뷰를 신청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