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갖추어야 성공한다

 

<"공무원들의 시간은 돈이 아닌가?">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9.10 13:35

 

'삼성맨'의 경기도공무원 2년 체험기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인터넷.전화가 2-3일 안돼도, 근무중에 사무실에서 시끄럽게 공사를 해도 불평하는 공무원이 없어 의아했다."

경기도와 삼성전자간 협약에 따라 2006년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2년간 경기도청 투자자문관으로 파견돼 근무한 이태목 삼성전자 부장이 최근 공무원 조직 속에서 생활하며 느낀 문제점 등을 책으로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부장은 '이것만 바꾸면, 공조직 경쟁력 있다'는 부제목을 단 '삼성맨! 공무원 체험기' 제목의 책에서 공무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점을 전제한 뒤 삼성 직원으로서는 평소 보지 못했거나 이해하기 힘들었던 공무원 조직의 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부장은 "처음 도에 투자유치자문관으로 첫 발을 들여 놓으면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삼성맨도 별 것 아니다'라는 창피를 당할까 걱정했다"고 밝힌 뒤 "근무 초창기 어느날 저녁, 사무실 한쪽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한쪽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김치찌개를 끓이며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웠다"고 썼다.

그는 "이러다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함께 식사는 식당에서 하고 사무실에서는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퇴근 이후가 아닌 한창 근무하는 시간에 옆 사무실에서 쿵쾅거리며 2-3일씩 공사를 해도 공무원들이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아 '공무원들의 시간은 돈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적었다.

또 근무가 끝나지 않은 시간에 도청 운동장에서 인기가수까지 출연한 축제가 펼쳐지고 공무원들도 오후 4-5시부터 과별 족구대회를 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도 매년 어린이날 개방을 하지만 전날 저녁까지 전혀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으며 행사 준비도 모두 퇴근한 이후에 이뤄진다고 비교해 소개했다.

복잡한 건물 구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무실 배치로 인해 회의 한번 하려면 간부들이 이리저리 다니고 기다리는 모습 역시 좋지 않게 보였다고 지적했다.

수시로 만나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직원 책상마다 칸막이가 돼 있고 서로의 일에 관여를 하지 않으려는 공무원 조직을 보며 '공무원들이 타인의 간섭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길'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에게는 전화와 인터넷이 2-3일간 불통될 경우 삼성 같으면 담당공무원이 징계를 받았을 텐데 도청 공무원들은 별다른 불만을 나타내지 않은 것, 고장난 컴퓨터를 내부 직원이 고치지 못해 외부 전문가가 와서 많은 도청자료가 든 컴퓨터를 도청 밖으로 가져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부장은 또 돈 들인 연구용역 결과물을 책꽂이 장식용으로 사용한다고 꼬집고 "5장 짜리라도 활용할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라"라고 충고했다.

이밖에 "공무원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하고 조직을 유연성 있게 운영하며 직원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부장은 "공무원 체험을 하면서 나 스스로 많은 것을 배웠고 공무원 조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파견근무를 마치며 경기도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기업과 비교.정리해 보고하는 것이 공조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책을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