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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새로운 사업을 선택하라

신오덕 2008. 9. 17. 13:00

 

뉴스로 밥 벌어 먹고사는 저 같은 사람들은 종종 갑갑증에 빠집니다.

 

남들 다 아는 얘기를 되풀이 말해야 하는 갑갑증, 아무리 얘기해도 미동도 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갑갑증, 아무리 살펴도 뾰족수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갑갑증….

 

그래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외식업주들이 그랬답니다.

 

‘신규 창업자에게 외식업을 권유하겠느냐’는 질문에 ‘말리고 싶다’고 응답했답니다. 이렇게 응답한 외식업주가 무려 78%였습니다(서울시정개발원 조사).

 

이해 못할 일이 아닙니다.

 

올 들어 7월까지 휴·폐업한 음식점이 13만 7814곳에 이릅니다. 전국의 음식점 60만여 곳의 23%가 문을 닫은 셈이죠(서울시정개발원 조사). 수명도 짧습니다.

 

2001년 창업한 외식업소 가운데 2005년까지 남아 있던 업체는 28.7%에 불과했습니다(통계개발원 조사).

 

실태가 이러니 말리고 싶은 건 당연지사일 겁니다.

 

자고 나면 문 닫는 음식점이 속출하는데 어떤 사람이 천연덕스럽게 ‘음식점이 돈 되니까 한 번 해봐라’ 하고 권유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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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희한합니다. 굳이 이런 수치를 나열하지 않아도 다 압니다.

 

망하기 십상인 게 바로 음식점이란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하고 음식점을 ‘신장개업’ 합니다. 왜일까요?

 

서울시정개발원의 조사에 그 답이 담겨 있습니다.

 

음식점을 창업한 동기에 대해 46.8%는 ‘생계유지’를 꼽았고 27%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를 꼽았습니다.

 

고르고 골라서 음식점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음식점을 차린 경우가 대부분이란 얘기입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음식점이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당장 입에 풀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음식점을 차린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시정개발원의 조사결과를 전한 언론은 창업 준비기간이 3개월∼1년 이하인 경우가 77%, 1∼2개월이 12%였던 점을 지적하면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전문성을 제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문하지만 하릴없는 얘기입니다.

 

몰라서 ‘날림’으로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벼락치기’를 하는 게 실상에 더 가깝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음식점인 상태에서 생존을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고나면 물가가 치솟는 현실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건 힘듭니다.

 

현실이 이렇다면 손을 대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달리 선택할 게 없습니다.

 

한 달 전이었습니다. 증권사 임원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 경제가 심각하게 돌아간다기에 귀동냥이나 할까 하는 마음에 만남을 청했습니다.

 

이 얘기 저 얘기 오간 끝에 물었습니다.

 

“동네 가게는 왜 거기서 거기일까요?”

“?”

“잘 둘러보면 그래요. 분식집이나 중국집, 제과점이나 피자집 아니면 학원, 부동산중개업소가 대부분입니다.

 

이젠 문구점이나 옷가게도 쉬 찾아볼 수가 없어요. 왜 동네 자영업의 업종이 이렇게 제한되는 걸까요?”

 

그제서야 이 임원이 저를 지그시 쳐다보며 되묻더군요.

 

“그럼 형씨는 문구나 옷을 어디서 삽니까?”

“그야 대형마트 아니면 의류상가에 가서 사죠…아!”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았습니다. 저의 구매 패턴이 원인이었습니다.

 

차 몰고 10분이면 달려갈 대형마트가 원인이었습니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식료품부터 문구, 옷가지, 심지어 철물까지, 일주일 동안 쓸 물품을 한 몫에, 싼 값으로 사기 위해 사람들이 진을 칩니다.

 

대형마트의 풍경이 이렇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코딱지만한 문구점이, 기껏해야 예닐곱 가지 의류를 걸어놓은 동네 가게가 성업할 리가 만무합니다.

 

도태는 필연입니다.

 

그나마 틈새가 남아있는 음식점에 창업 발길이 몰리는 것 또한 필연입니다.

 

그리곤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휴·폐업이 뒤를 잇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겠습니다.

 

신규 창업자에게 외식업을 말리고 싶다고 대답한 78%의 외식업주들은 답을 알고 있을까요? 음식업 이외의 대안이 뭔지 제시할 수 있을까요?

 

제 깜냥으로는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먼 데를 바라봅니다.

 

정부를 바라보고 전문가를 쳐다봅니다. 하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우리의 자영업 비율이 OECD 가운데 최고라고, 그러니까 자영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구체적 방책은 내놓지 않습니다.

 

자영업에서 떨어져 나오는 사람들(이 사람들의 상당수는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을 사회가 어떻게 흡수할지, 그 가족들의 생계를 어떻게 책임질지 입을 여는 곳이 없습니다.

 

대책은 고사하고 올 들어 7월까지 휴·폐업한 음식점 13만 7814곳의 종사자들(한 곳당 2명씩만 잡아도 27만여명입니다)이 어디로 갔는지조차 들을 수가 없습니다.

 

이게 우리 현실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손대려 하지 않는 시장의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