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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를 하고 자신의 마음을 달래라

신오덕 2013. 1. 31. 13:52

[세상사는이야기] 세상에 불행한 효자는 없다
기사입력 2013.01.11 17:00:13 | 최종수정 2013.01.11 17:01:01  

나는 종교가 없다. 환갑이 지난 이 나이에도 정신적으로 안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무신론자는 아니어서 시간 날 때마다 영혼과 죽음의 세계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모든 생명체에는 육신과는 별개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사후엔 어디로 가는지…, 아직도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스무 살 되던 해 가을날, 어머님 돌아가시고 힘든 마음에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지면 설움이 더해요`라고 썼다. 가수가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을 때다. 그후로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적어 뒀고 마흔 중반에도 저무는 청춘이 아쉬워서 `낭만에 대하여`라고 썼다. 그것들이 노래가 된 덕분에 지금까지 가수로 살고 있다.

나는 특별히 글 쓰는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학창시절에도 문예반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고 작문뿐 아니라 학교 공부 자체에 관심이 없었으니 그것이 내 어머님의 한(恨)이 됐다. 집안의 외동장손이 중학교 시험에 떨어져 재수를 하고 고등학교도 1차에서 떨어져 헤매고 다니지, 거기다 대학을 간 것도 아니니. 그렇다면 뭔가, 이렇게 노래 가사라도 써서 먹고살고 있는 능력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이 내 속에 있긴 한 것 같은데 내 것은 아니라는…, 항상 그런 질문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벼락 같은 깨달음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래 그거다! 나는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왜 그 단순한 이치를 몰랐을까. 자식의 몸으로 가는 거야. 인간이 죽으면 그 영혼은 자신의 물질적인 요소가 살아 있는 자식의 몸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거야. 맞아! 물리적으로도 자연스럽게, 당연히 그곳으로 끌리어 가는 거야. 그래서 그곳에서 조금씩 `자식의 능력`으로 작용을 하고 부활하는 거야. `부활`이야…, 아! 그렇게 깨우친 순간부터 그동안 궁금했던 문제들이 일사천리로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천당은, 극락은 어디인가? 천당과 지옥도 자식 몸속에 있어. 자식이 행복하면 천당이고 극락이지. 지옥도 마찬가지네, 내 맘이 힘들고 괴로우면 내 속에 계신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그것이 지옥이네. 그렇다면 자식이 없는 영혼은? 구천을 떠돌게 되겠지….그렇게 하나 둘 의문들이 풀리자 나는 또 근사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 이 논리를 체계화해서 종교를 하나 창시하자, 성경을 만들고 찬송가도 만들고 사람들을 모으자, 종교의 명칭은 무엇으로 할까? 그래! 효교(孝敎)가 어떨까…, `부모에게 효도하는 종교`라고 하면 사람들이 감동해서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이 세상에 `나`란 단일체의 존재는 없다. `나`는 거대한 우주의 역사 속에 쌓여온 영혼의 집합체인 것이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혼들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위대한 결정체인 것이다. 브라보!

그렇게 거룩한 결론을 얻어낸 나는 얼마 뒤 내 주변의 몇몇 길 잃은 영혼들을 인사동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내가 깨달은 우주의 진리에 대해, 그리고 `효교`에 대해 설법을 했고, 새로운 종교단체의 설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회답을 기다리고 있다. 6개월째….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 모시라는 말씀은, 부모님 안 계신 사람들 입에서 나왔을 거다. 돌아가시고 아무리 제사 잘 모셔봐도 가슴에 맺혀 있는 불효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불행한 효자는 없다.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효자는 효도 자체만으로 떳떳하고 행복할 테니까. 그럴 것 같다.

이번 겨울 유난히 춥다. 주변 어르신들 한번 찾아 뵈어야겠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백호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