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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되지 않은 행동임을 증명하라

신오덕 2013. 2. 13. 11:34

 

박종우, '우발적 행동' 입증할 '결정적 장면' 있었다

조이뉴스24 | 입력 2013.02.13 10:53

 

< 조이뉴스24 >

[최용재기자]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개최해 지난 2012 런던올림픽대회 축구 3~4위전(한-일전) 종료 후 '독도 세리머니'를 한 사유로 그동안 보류되었던 동메달을 박종우에게 수여키로 결정했다.

이보다 앞서 FIFA(국제축구연맹)는 박종우에게 국가대표 2경기 출전금지와 3천500 스위스프랑의 벌금을 부과하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FIFA에 이어 IOC에서의 징계도 확정되면서 동메달 박탈까지 우려됐던 박종우는 동메달을 품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박종우가 동메달을 받을 수 있게 된 결정적 이유는 독도 세리머니에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IOC 헌장 제50조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됐지만 이후 대한체육회의 적극적 해명과 박종우가 직접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는 등의 노력으로 오해는 풀렸다. 독도 세리머니는 박종우의 계획되지 않은 우발적인 행동이었음을 입증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와 박종우의 해명으로 모든 오해가 풀릴 수는 없었다. 말로써 모든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박종우가 오해를 풀 수 있었던 것은 박종우의 진심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결정적 장면이 없었다면 박종우의 징계도 어떻게 변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 장면은 바로 한국과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후 한 박종우의 행동이다. 박종우는 패배로 인해 그라운드에 앉아 울먹이던 일본 선수들에게 다가가 다독였다. 일본전 승리에 도취해 일본 선수들을 깎아내리기보다 일본 선수들을 격려하고 힘을 불어넣어줬다. 진심을 다해 위로했다. 이것이 박종우의 세리머니가 우발적 행동임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로 일본 국민들과 일본 선수들을 도발할 의도였다면 이렇게 상대 선수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행동은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악랄하고 잔인하게 일본 선수들과 팬들을 자극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종우는 일본 선수들을 다독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 모습이 IOC 위원들에게도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은 13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박종우의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는 계획되지 않은 행동이다. 한국팬이 전해준 것을 들어 올린 것뿐이다. 박종우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며 우발적 행동이었음을 인정했다.

그 결정적 이유로 바흐 부위원장은 "박종우는 경기 후 공정한 행동을 했다. 박종우는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에 앉아 울고 있는 일본 선수들에게 다가가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제스처로 인해 박종우가 일본 국민들을 향한 도발이 절대로 아니었음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종우야말로 정치적이 아닌 스포츠로만 일본을 상대했다. 숙적 일본을 무너뜨려 기쁘지만 상대 선수들을 향한 배려와 위로를 잊지 않았다. 박종우의 이런 스포츠맨 정신이 충동적이었던 독도 세리머니에도 불구하고 결국 동메달 획득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박종우, 50여개 예상질문 예행연습

스포츠동아 | 입력 2013.02.14 07:15 | 수정 2013.02.14 07:18

 

제프리 존스 고문변호사가 들려준 박종우 IOC 징계위 출석 뒷얘기들


수차례 시뮬레이션 징계위서도 침착
알고한 세리머니 질문 진심으로 설득
대한체육회 철저한 사전준비 큰 도움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 직후 독도 세리머니를 펼쳐 동메달 수여가 6개월 넘게 보류된 박종우(24·부산 아이파크)는 이제 시름을 덜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박종우에게 추가징계 없이 메달을 수여하기로 했다. 정치적인 행위와 금지약물 복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IOC의 최근 기류를 고려할 때 메달 박탈도 배제할 수 없었지만 징계위원들은 결국 박종우의 손을 들어줬다. 박종우와 모든 일정을 함께 한 체육회 강래혁 법무팀장(변호사)과 제프리 존스 국제 변호사를 통해 징계위원회 뒷이야기를 들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되찾은 박종우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통한' 진심

성심성의를 다한 건 박종우 본인만이 아니었다. 대한체육회도 총력을 기울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박종우에게 'A매치 2경기 출전 정지' 등 가벼운 처분을 내리면서 낙관론도 나왔지만 IOC는 별개 사안으로 다뤘다. 대한체육회 최종준 사무총장도 "FIFA 징계는 참고사항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결국 모든 상황의 종지부는 IOC의 몫이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체육회는 빈틈없는 시나리오를 짰다. 오래 전부터 체육회의 국제 업무를 도운 존스 변호사와 강 팀장을 중심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했다. 무엇보다 징계위원회 예상 질문을 추리는 게 급선무였다. 이렇게 뽑은 질문이 무려 50여 개였다. 체육회 박용성 회장의 역할도 컸다. 국제 스포츠계 거물들과 두루 친분을 쌓은 덕에 일찍부터 IOC 분위기를 파악해 철저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박종우와 동행한 국제변호사 제프리 존스가 국내 취재진과 만나 IOC 징계위원회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현지에서는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는데 주력했다. 마치 징계위원들이 배석한 것처럼 자리를 꾸며 예행연습을 했다. 강 팀장은 "현장과 최대한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차례차례 문답하는 형식의 사전 준비는 큰 도움이 됐다. 한 시간 가량의 청문회에서 박종우가 떨지 않고 진심을 전한 비결이었다.

존스 변호사는 "사전 준비한 질문들이 나왔다. 징계위원회가 마련한 당시 영상 및 사진이 포함된 프레젠테이션도 문제없었다. 유일한 고비는 '알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한글을 아는 선수가 의도 없이 행동한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를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있는 사실을 전부 인정했고, 선수가 왜 그랬는지 잘 설명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