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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생은 위대한 유산이다

신오덕 2013. 2. 13. 17:09

 

그의 렌즈는 늘 이땅의 낮은 곳을 향했다

한국 다큐 사진 1세대 작가 최민식씨 별세 동아일보 | 입력 2013.02.13 03:43 | 수정 2013.02.13 10:31

 

[동아일보]

일하러 나간 엄마를 대신해 하루 종일 동생을 업고 있는 아이, 리어카에 짐을 잔뜩 싣고 언덕을 올라가는 사내, 눈물범벅이 돼 엄마를 기다리는 꼬마….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 작가인 최민식 씨의 작품에는 가난한 시절 한국인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민들의 굴곡진 삶을 앵글에 담아온 그가 12일 오전 8시 40분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50년 넘게 서민들의 삶을 앵글에 담았던 고 최민식 씨. 동아일보DB

고인의 딸은 "지난해 11월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져 병원에 3개월 입원했다가 열흘 전 퇴원했다"며 "병원에서 '연세가 많아 이전 같은 건강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악화될 줄은 몰랐다. 오랜 과로가 누적된 것 같다"고 전했다.

고인의 꿈은 원래 화가였다. 1928년 3월 6일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자동차 기능공으로 일하다 상경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미술학원을 다녔다.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도쿄 중앙미술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시인은 헌책방에서 우연히 룩셈부르크 출신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사진집 '인간가족'을 보고 큰 감흥을 얻은 뒤 사진으로 방향을 바꿨다.





할머니의 등에 업혀 국수를 받아먹던 아이는 어떻게 자랐을까. 자갈치시장에서 드잡이를 하던 아낙네들은 그때를 기억할까. 12일 별세한 사진작가 최민식 씨의 작품에는 가난한 시절 힘들었던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할머니와 아이 사진은 1965년 부산 촬영, 아낙네들은 1989년 부산 자갈치시장 촬영. 동아일보DB

고인은 1957년 사진에 입문한 이후 56년간 사진가로 살아오면서 줄곧 '인간'이라는 주제에 매달렸다. 미국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20여 개국에서 사진전을 열고 '한국의 얼굴'을 알렸다. 1967년 영국 '사진 연감'에 작품 6점이 실리며 '카메라의 렘브란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고인은 1968년 동아일보사에서 '인간(HUMAN)'이라는 제목의 사진집 1권을 낸 이후 총 14권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사진집 14권에 그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사진과 에세이를 추가해 사진 인생 50년을 결산하는 사진집도 냈다. 부산대, 경성대, 인제대 강단에 올라 후학을 길렀으며 옥관문화훈장, 부산문화대상, 국민포장, 동강사진상 등을 받았다. 고인은 2008년 자신의 사진작품 원판 10만여 장을 비롯해 13만여 점의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기증해 자료가 민간 기증 국가기록물 제1호에 지정되기도 했다.

그는 철저한 현장주의자였다. 부산 남구 대연1동에 살았던 고인은 건강이 악화되기 전인 지난해 초만 해도 자주 찾던 촬영 장소인 자갈치시장까지 3시간을 걸어갔다. 차를 타고 가면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자갈치시장이라는 현장 속에서 찾으려 한 것은 서민상이었다. 인물사진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나에게는 자갈치시장이야말로 서민이 몸담고 있는 사회적 공간이었다.'(자서전 '진실을 담는 시선' 중에서)

생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자갈치시장을 찾아 셔터를 눌렀던 고인은 부산 부전역 근처 부전시장도 즐겨 찾았고, 때로는 물건을 팔러 오는 상인들과 함께 새벽 기차를 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도나 네팔 등을 찾아 현지 서민들의 궁핍한 일상을 사진으로 전하기도 했다.

후배 사진작가인 이수길 씨(52)는 4, 5년 전 고인과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고인의 사진전시회에 갔다가 인사를 했더니 고인은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 대신 "사진은 사상(思想)입니다"라는 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 이 씨는 "고인은 초지일관, 50여 년 동안 오로지 휴머니즘의 외길을 가셨다. 후배들에게는 리얼리즘 사진을 강조하셨고, 항상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하셔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전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사람의 얼굴도 변하는 것일까. 고인은 지난해 3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60, 70년대에는 좋은 표정이 많았어요.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가슴에 참 와 닿죠. 그런데 정작 제가 먹고사는 일이 바빠 생각만큼 많이 찍지는 못했어요. 지금은 시간은 많은데 그런 표정들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때 더 많이 찍지 못했나 후회스럽죠."

고인은 2009년 펴낸 산문집 '낮은 데로 임한 사진'(눈빛)에서 유독 낮은 곳에 앵글을 놓은 이유를 담담히 밝혔다. '나는 계속 걸었고, 언제나 카메라와 함께 있었다. 나는 카메라로 사람들을 찍었다. 사람들은 가난했고, 나는 그들을 찍었다. 나는 없는 길을 간 것도 아니고, 이 땅에 없는 사람들을 찍은 것도 아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정남 씨와 3남 1녀가 있다. 빈소는 부산 남구 용호동 부산성모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5시 30분. 051-933-7129

 

숲길·꽃길·물길… 산책에 딱 좋은 5월, 신발끈 동여매다, 혹시 봄의 꽁무니 놓칠까봐…
입력시간 : 2014.05.07 21:27:38
  • 관련사진
  • 강원 횡성군 숲체원의 '편안한 등산로'. 휠체어나 유모차도 힘들지 않게 밀 수 있는 길이 울창한 숲의 심장으로 이어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잎사귀의 푸른빛이 가장 싱그러운, 그리고 살갗에 닿는 햇살의 감촉이 가장 부드러운 5월이다. 혼자만의 휴식 또는 연인과 떠나는 여행, 집이 아닌 곳에서 가족과 긴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시간이다.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봄날의 여유를 느껴볼 만한 곳을 찾아보자.

500년 묵은 숲을 걷다, 국립수목원
경기 포천시 소흘읍에는 500년 넘게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숲이 있다. 1468년 세조 임금이 승하하자 조정은 이곳에 능(광릉)을 썼고 능을 외호하는 숲을 조성했다. 그리고 엄격히 출입을 통제했다. 통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곳은 지금 국립수목원이 됐는데 관람보다는 연구와 보존에 목적이 있다. 인터넷(www.kna.go.kr)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탐방이 허용된다. 전문 식물원 15곳이 있고 숲 해설과 산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대자연 속에서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 15일부터 산림동물원도 개장한다.

포천은 식물 자원의 보고다. 화려한 원색 물결과 허브 향이 가득한 허브아일랜드,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어 희귀 식물과 고산 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평강식물원은 봄이 무르익는 5월에 꼭 찾아가야 할 곳이다. 한과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한가원, 폐채석장을 친환경 공간으로 탄생시킨 포천아트밸리도 가깝다. ●국립수목원 (031)540-2000 포천시 문화관광과 (031)538-2067

자연과 사람, 교감의 공간 순천만정원

23개국 83개 정원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곳. 지난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조성된 '다국적 정원'이다. 꽃과 나무를 심고 1년이 지나 모습이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저마다 눈부신 꽃들과 신록의 그늘 사이를 거닐며 자연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세계 각국의 정원과 다양한 테마를 가진 정원이 흩어져 있다. 우리 전통 원림 문화의 정수도 느낄 수 있다. 창덕궁 후원과 담양 소쇄원을 그대로 본뜬 정원에 물철쭉이 꽃을 틔웠다.

순천만정원은 팽창하는 도심으로부터 순천만 습지의 생태를 지켜주는 에코벨트 역할을 한다. 정원 구역 안에 순천만의 이모저모를 둘러볼 수 있는 습지센터가 있다. 이곳과 순천만을 잇는 모노레일(스카이큐브)도 최근 운행을 시작했다. 순천만정원 꿈의 다리부터 습지 입구에 있는 순천문학관까지 4.6㎞를 '하늘에 떠서' 이동할 수 있다. 낙안읍성과 선암사, 송광사 등 가족과 봄날의 추억을 만들기 좋은 여행지도 가까이 있다. ●순천만정원 1577-2013 순천역 관광안내소 (061)749-3107

온 가족이 맨발로, 계족산 황톳길

대전 계족산 장동산림욕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맨발의 청춘'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 시 동쪽 외곽에 위치한 계족산 임도는 가파르지 않아 가벼운 산행에 안성맞춤인데, 2006년 주류업체 맥키스가 여기 황토를 깔아 맨발 걷기 코스인 '에코 힐링 로드'를 만들었다. 매년 봄이면 겨울 동안 유실됐던 황토를 보충해 새로 길을 연다. 토요일 오후엔 캐주얼한 분위기의 클래식 음악회도 연다. 입장료, 체험료, 관람료 모두 무료.

14.5㎞의 말랑말랑한 숲길을 걸으며 신록을 만끽할 수 있다. 한 시간 정도 걸으면 계족산성 입구에 닿는다. 산성에 오르면 대청댐 호반의 풍경과 대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성에 오를 땐 신발이 필요하다. 대전엔 황톳길 외에도 로하스 해피 로드가 있다. 금강의 물길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며 봄날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충분히 걸은 뒤엔 유성온천에서 피로를 씻는 것이 코스. 국립중앙과학관, 이응노미술관, 한밭수목원도 가까이 있다. ●계족산황톳길 (042)530-1836 대전시 관광산업과 (042)270-3973

나무향기 속으로 뻗은 산책로, 숲체원

한국산림복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숲체원은 산림 문화체험 및 치유센터다. 강원 횡성군 둔내면 옛 영동고속도로 영동1터널 옆에 2007년 문을 열었다. 태기산(1,216m)과 청태산(1,200m) 사이에 위치해 울창한 숲의 한복판에서 초록빛 그늘 속으로 걸어갈 수 있다. 눈부신 빛깔의 자작나무숲과 아늑한 잣나무숲, 작은 개울들이 어울려 원시림에 가까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통나무로 만든 숙소도 마련돼 편안히 쉬어갈 수 있다.

이곳의 명물은 '편안한 등산로'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다닐 수 있어 '휠체어 데크 로드'라고도 부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의 봉우리(약 920m)까지 약 1㎞ 구간에 완만한 경사의 데크가 깔려 있다. 갈 지(之)자로 생긴 길을 천천히 30분 가량 걸으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노인이나 어린이는 물론 유모차를 미는 여성도 쉽게 산행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숲 가꾸기, 비오톱 만들기, 창작 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식물원도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풍수원 성당과 횡성한우촌이 멀지 않다. ●숲체원 (033)340-6300

장날 풍경 속으로 가는 기차여행, 정선

끝자리가 2, 7일인 날은 정선장이 서는 날이다. 5월은 각종 산나물이 장터에 수북이 쌓이는 달. 그런데 향긋한 봄의 맛을 보러 가는 길이 한층 즐거워진 것은, 지난해 이곳으로 가는 기차여행이 색다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를 타면 민둥산에서 잠깐 시간을 보낸 뒤 점심 시간 정선에 도착할 수 있다. 시골 장터의 정겨운 분위기를 즐기면서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국수, 수수떡, 메밀전병 등 강원도의 토속 음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다. 떡메치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정선은 스카이워크, 짚와이어 등 레포츠의 도시이기도 하다. 스카이워크는 병방치 절벽에 U자형 유리 공간을 만들어 긴장감을 극대화한 곳으로, 영월 선암마을과 닮은 한반도 물돌이 지형을 하늘 위를 걷는 듯 조망할 수 있다. 또 이곳에서 짚와이어를 타면 절벽을 따라 동강을 내려다보며 쾌속으로 나는 짜릿한 체험이 가능하다. ●정선군 종합관광안내소 1544-9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