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에서 사람을 배워라

[매경춘추] 다행입니다
기사입력 2013.12.17 17:16:58 | 최종수정 2013.12.17 18:31:49

"스님, 경내에서 자동차 사고가 났답니다." "네!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고 하나요?" "아이가 팔이 부러졌다는 것 같은데요." "아이구, 큰 일이 아니어야 할 텐데…." 신도님의 점심초청을 받아 오랜만의 외식이 끝나갈 무렵 총무스님에게 사고를 알리는 급한 전화가 왔다. 절이 위치한 산이 가파른 데다 길이 좁고 경사가 심해서 간혹 자동차 사고가 나곤 한다. 특히 겨울이면 길이 얼어서 더욱 위험해진다. 일주문 바로 전 굽은 내리막길에는 그동안 몇 차례나 차에 부딪힌 상처가 많은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나무는 자신이 가진 상처만큼 많은 사람을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그 나무가 없었다면 자동차들이 경사지로 추락해서 사람들이 심각하게 다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이 나무의 은혜를 입은 적이 있다. 몇 해 전 겨울 어느 날 나의 낡은 자동차도 눈길에 미끄러져 그 나무에 부딪히고 말았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지만 자동차는 폐차장으로 가고 말았다. 급히 절에 돌아와 자세한 상황을 들어보았다. 다친 사람은 119의 도움을 받아서 가까운 의료원에서 검진을 받는 중이라고 하는데, 외상이 있어서 깁스를 했지만 다행히 뼈가 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때마침 보험사에서는 보험에 접수가 되었다고 문자를 보내왔고, 마을 지구대에서 경찰들이 사고조사를 나왔다. 처사님이 운전하던 장작을 나르는 트럭이 후진 중에 경사길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마침 그 아래를 지나던 아버지와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오후 늦게 병원에 나갔던 사무장님이 들어왔다.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검진과 급한 치료를 마치고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온 것이다. 정말 착하고 따뜻한 가족들이라고 했다. 아버지도 상처가 있었지만 아들의 검진과 치료에 전심전력을 다하며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는 가족의 훈훈한 정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사고에 대한 원망과 불평이 있었을 법도 한데 그런 말은 듣지 못했다. 이후 그 가족이 가능한 한 최선의 치료와 사후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사고가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그 착한 가족에게 행운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주경스님 서산 부석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