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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하고 이해하는 부부가 되어라

신오덕 2013. 12. 18. 11:05

[역사의 향기] `수칙 이씨(守則李氏)`의 사랑
기사입력 2013.12.17 17:37:09 | 최종수정 2013.12.17 18:31:42  

1791년(정조 15년) 7월 중순. 도성에는 괴이한 여자에 관한 소문이 돌았다. 흐트러진 머리에 더러운 얼굴로 문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한 노파에게 의지해 사는 여인 이야기였다.

그 노파는 과거 궁궐에서 일하던 궁인(宮人)이었고, 함께 사는 여인은 사도세자를 모셨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소문은 국왕 정조 귀에까지 들어갔다. 정조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신하를 보내 이 여인들 삶을 알아보게 했다.

노파는 실제로 영조 재위 시에 궁중에서 일했던 궁녀였다. 함께 사는 괴이한 여인은 노파의 조카인 이씨(李氏)로, 역시 궁인이었다. 노파를 따라 10세에 궁중으로 들어간 이씨는 1760년(영조 36년) 15세 나이에 사도세자의 승은을 입게 된다. 하지만 사도세자와 얽힌 여러 루머 때문에 노파와 궁 밖으로 나와 소천어동(현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살게 됐다.

그런데 1762년(영조 38년)에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자 이씨는 자신도 죽기로 작정하고 폐인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세수도 하지 않고, 빗질도 하지 않았으며, 대소변도 방안에서 해결하면서 문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이런 삶을 무려 30년 가까이 지속한다. 사도세자와 짧은 인연을 지키기 위해 평생 수절하고 세상과 담을 쌓은 것이다.

정조는 이 이야기에 감동받고 신하들과 협의해 궁녀였던 이씨에게 `수칙(守則)`이란 작위와 `정렬(貞烈)`이란 칭호를 내리고, 경제적 지원과 함께 그녀 집에 `수칙이씨지가(守則李氏之家)`라는 편액을 달게 했다.

얼마 전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지속한 중년 부부 이혼이 신혼 이혼을 앞질렀다는 뉴스가 나와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기대수명 증가와 생활 수준 향상,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짧은 만남을 추억하며 평생 정절을 지킨 이씨처럼 살 필요는 없겠지만, 20여 년을 같이 산 부부라면 서로에 대해 더 배려하고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김준혁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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