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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판정은 청문회를 통해 하라

신오덕 2014. 6. 20. 10:42

 

[오늘과 내일/최영훈]돌고 도는 물레방아 ‘청문회 공방’

기사입력 2014-06-20 03:00:00 기사수정 2014-06-20 03:00:00

 

최영훈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8월 16일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후임에 전효숙 헌재 재판관을 내정했다. 3년 전 헌재 재판관에 임명된 전 후보자에게 헌재 소장 임기 6년을 보장해주기 위해 재판관에서 일단 물러나게 한 것이 화근이었다.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요청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헌재 소장을 임명한다’고 규정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야당 위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노 대통령은 전 후보자를 재판관에 임명하기 위한 별도의 인사청문 요청서를 내야 했다. 헌재 소장 지명 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굴욕을 감수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헌재가) 만신창이가 됐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노 대통령은 103일 만에 전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지명을 철회했다. 노 대통령은 “굴복했다”고 여겼다.

박 대통령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서의 재가(裁可)를 귀국 후로 연기했다. 세 번째 연기다. 스스로 물러나라는 메시지 같다. 새누리당 내에는 ‘문창극 불가론’이 굳어져 그를 엄호하는 발언은 자취를 감췄다. 박근혜 청와대가 8년 전 노무현 청와대가 택한 출구전략을 검토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두 사안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전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 때 벌어진 지명 절차의 적법성 논란으로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였다. 반면 문 후보자의 경우 이념과 역사관이라는 지극히 예민한 사안이 문제가 됐다. 더욱이 그는 “친일매국노로 매도당한 채 물러 설 순 없다”며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야 정치권은 김대중 정부 때 문제가 드러난 총리 후보자들에게 청문회 기회를 줬듯이 문 후보자에게도 스스로 변론할 기회는 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누구보다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인이다. 문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그가 총리 부적격자인지는 청문회에서 최종 판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청문회 제도를 만들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청문회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의 기세는 대단했다. 각종 의혹을 샅샅이 파헤쳐 ‘현미경 검증’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때 우리가 업(業)을 많이 쌓았다”고 말했다.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자는 위장전입 등이 문제가 돼 청문회를 거쳐 국회 표결 끝에 연속 낙마했다. 그 무렵 청와대에서 총리감으로 72명을 검증했는데 걸리지 않는 사람이 단 1명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장관이야 청문회는 하더라도 국회 인준은 거치지 않는다. 그러나 인준이라는 높은 장벽까지 통과해야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나설 사람은 앞으로 더욱 찾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일을 현재의 기준으로 재는 엄격한 검증의 틀을 없앨 수도 없다. 한나라당은 2005년 청문회 대상 공직자를 장관으로 확대해 청문회 제도를 강화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청문회 제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설 명분은 약하다.
 
세상이 돌고 돌아 정권이 바뀌는 날이 올 수 있다. 그때도 총리 인준을 놓고 야당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여당은 버티는 일이 반복되면 되겠는가. 인사청문회에서 역량 검증은 실종됐고 신상 털기로 일관한다. 이로 인해 유능한 인재를 쓸 수 없게 되는 건 국가적 손실이다.

 


여야가 인사청문회의 기준과 원칙에 대한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지금의 야당이 과거 집권시절 10년간 당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 법 개정은 하되 다음 정부 때부터 발효하도록 형평을 맞추면 된다. 국회선진화법과 같이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법도 그렇게 발상의 전환을 해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발전 없이 돌고 도는 물레방아 정치와 작별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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