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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일관성에 집중하라

신오덕 2014. 7. 16. 10:00

 

[매경포럼] 피케티, 아베 그리고 최경환
기사입력 2014.07.14 17:19:03 | 최종수정 2014.07.14 19: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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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사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보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 더 가깝다. `진보와 빈곤`이 출간된 것은 미국 최초 금융재벌 제이 쿡이 파산하고 오스트리아 빈 증시가 폐장한 1873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딱 6년 뒤 일이다. 올해 들어 선풍적 인기몰이 중인 `21세기 자본론`도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한 지 꼭 6년 만에 출간됐다. 그들이 정책 대안으로 내세운 `토지 단일세`와 `글로벌 부유세` 개념도 아주 닮았다. 심지어 둘 다 웰스에 관한 자산자료와 소득자료 구분이 아주 힘들어 현실 적용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하다는 단점마저도 닮은꼴이다.

그런데도 워낙 대중적 호소력이 짙은 화두인 데다 여기에 지식인들의 무지가 곁들여지자 정치적 파장은 실제 이상으로 증폭됐다. 1886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언론사주 출신인 헨리 조지 자신이 출마해 시어도어 루스벨트(훗날 26대 대통령)를 누르고 2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피케티 폭발력 진화에 모두 달려드는 배경엔 이런 두려움이 깔려 있다.

피케티의 대척점에 위치한 우파 이데올로기의 한 극단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다. 엔화 정책, 재정 정책, 산업 정책 등 세 개의 화살로 지칭되는 아베노믹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비밀은 `화살` 그 자체보다는 `화살을 쐈다`는 데 있다. 고질적 일본병인 내향적 정치를 떨치고 결단의 정치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이제부터가 고비다. 세 개의 화살 중 진짜 화살은 세 번째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말이 산업 정책이지 이것이 성공하려면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까지 돈 풀고 재정 푸는 건 어렵지 않았다. 중국을 경계하는 미국 도움도 컸다. 힘이 달리는 미국 달러가 강달러를 유지하고 활력을 잃은 일본 엔화가 엔화 약세로 돌기 위한 미ㆍ일 연합전선에 다름 아니다. 반면 좀비기업을 도려내고 경제에 새 살이 돋게 만드는 앞으로의 일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그래도 일본이 부럽다. 아베노믹스가 이미 거둔 절반의 성공 덕분에 세 번째 화살이 신바람을 타고 있다.

다음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를 볼 차례다. 최 내정자는 자신을 성장론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너무 막연하다. 우리가 듣고 싶은 얘기는 구체적 방법론과 자신감이다. 최근 흘러나오고 있는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나 규제 개혁이 총수요를 자극하자는 것인지, 공급 중심의 정책 방향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경기 불황 아우성에 그저 경기를 살리고 싶다는 얘기는 아닌지 안타깝다.

지난 1년 반 동안 박근혜정부 경제 정책 기조가 무엇이었는지 새삼 모호하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금리 내려라` `환율 올려라` 등 단편적 얘기 외엔 학계도 잠잠하다. 혹자는 우리 정책 기조가 저성장에 타성이 붙은 한국 경제의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를 단절하고자 하는 공급 중심의 `레이거노믹스`와 흡사하다고 지적한다(이한영 중앙대 교수). 이 지적처럼 당국의 정책 컬러가 뚜렷했으면 차라리 좋겠다. 최 내정자의 성장론을 놓고도 방점이 기업 투자 활성화라느니, 가계소득 보전과 소비 확대라느니 해석이 갈린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 새 경제팀은 치솟는 원화 가치를 정말 용인할 것인가. 이쪽을 택할 거면 기업 구조조정에도 나서는 게 이치에 맞다.

경제는 심리고 그 심리는 정책 일관성과 정치적 과단성을 전제로 꽃핀다. 새 경제팀의 과제가 여기서 도출된다. 인기영합의 모호한 정책 방향을 벗고 일관된 스토리의 정책 조합을 만드는 일, 불임의 국회를 넘어 이를 정치적으로 관철시키는 일 두 가지다. 정치인은 전자엔 비교열위, 후자엔 비교우위다. 정치인 경제부총리에 기대와 염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서정희 부국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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