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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경제 혁신센터를 건설하라

신오덕 2014. 9. 23. 12:46

 

[매경포럼] 되살려야 할 경제적 자유
기사입력 2014.09.22 17:40:16 | 최종수정 2014.09.22 1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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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붐이 절정에 달하던 2000년 초. 정보통신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기업의 외국 진출을 지원할 아이파크를 설치했다. 사무실 공간을 내주고, 정보를 지원하면서 현지시장을 개척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벤처기업들의 관심이 많자 보스턴 베이징 도쿄 오사카 등 7곳으로 확대했다. 일부 도시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설립된 곳도 있었다. 하지만 IT 붕괴와 함께 이들 센터는 할 일이 없어졌다. 이 센터는 결국 2007년 노무현정부에서 공공기관 선진화 대상으로 지목되어 3개로 축소됐고 코트라에 통합됐다.

이 얘기를 굳이 꺼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꺼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그렇게 될까봐 미리 경계하고 준비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 15일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구에 내려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함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발족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사업을 시작했던 땅에 센터를 만들고 벤처기업들을 입주시켜 육성하는 일을 한다. 명분도 좋고 실리도 있어 보인다. 창조경제 개념이 모호하고 성공모델도 없다는 지적에 시달려온 청와대로선 회심의 카드일 수 있다. 특히 지역연고로 운영되는 프로축구, 프로야구처럼 대기업들에 각 지역을 맡겨 벤처를 육성토록 한 것은 지역민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다음달 10일에는 SK가 대전에서 혁신센터를 오픈하고 현대차그룹도 광주에 혁신센터를 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14개 그룹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17개 지역혁신센터를 오픈한다.

하지만 청와대 지시를 따르는 각 그룹 속내는 밝지만은 않다. 센터 규모를 어느 정도로 키우고, 어느 기능까지 넣어야 할지 고민이다. 매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사업으로 변질될까 두렵기도 하다. 그렇다고 시늉만 하다가 청와대에 찍힐까 걱정도 된다. 각 지역에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고, 육성할 벤처기업가들도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개 센터의 업종이 중복되면서 비효율도 많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하라고 해서 하지만 맨땅에서 헤딩하듯 시작해야 하고 중압감도 크다"며 "우리 회사와 관련 있는 부문에서 협력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율을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재계는 지역혁신센터 또한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MB정부의 녹색성장과 미소금융처럼 부담만 주는 사업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구동성이다.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문은 정부나 지자체 개입이다. 혁신센터에 이거 해주어라, 저거 해주어라는 주문에서부터 입주할 벤처, 협력할 중소기업들을 일일이 지정해주면 생명력을 갖기 어렵다. 벤처들 스스로 생존 기반을 마련하고 자생력을 키워야 제대로 된 기업이 탄생한다. 만약 정부와 지자체장이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능력 없는 벤처들을 밀어 넣거나 무리한 사업을 요구한다면 그 후유증은 뻔하다. 혁신센터도 망하고 해당 대기업엔 큰 짐이 되고 만다.

IMF 외환위기의 주범은 과다하게 빚을 낸 대기업들과 이들의 부실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그리고 돈이 가게끔 압력을 넣은 정치권력이다. 능력 없는 기업들에 계속 돈을 붓게 하는 것은 지원하는 대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자 나라를 다시금 위기로 몰아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 말대로 혁신센터를 `꿈의 창고`로 만들려면 기업에 `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부터 보장해야 한다. 관련 규제도 전면적으로 없애야 한다. 대기업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좋은 협력파트너를 얻는다면 `하지 말라`고 해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자유시장경제의 기초이다.

[서양원 부국장 겸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