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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쓴 맛을 경험하라

신오덕 2014. 10. 20. 15:20

 

[매경춘추] 아파 본 사람들
기사입력 2014.10.19 17: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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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아파 본 사람들을 좋아한다. 지금 아프거나 과거에 아팠던 사람들 말이다. 아파 본 사람들은 친절하다. 디스크 환자는 가장 좋은 의자를 골라주고, 위염 환자는 부드럽고 순한 음식을 권하며, 불면증 환자들은 새벽에 이야기하기 좋은 상대고, 태어날 때 병이 있었던 사람들과 사고로 다친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한다. 어쩔 수 없이 끌어안고 사는 고통에 대해 안부를 묻는 일은 다정하다. 작가들만큼 자기가 아팠던 이야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재미있거나 아름답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또 없다. 사실 어렸을 때 몇 년간 치료를 받아야 했던 기억 때문에 잘 움츠러드는 성격인데 그들 덕분에 누구나 아프다는 걸 알게 되어서 크고 명확한 위로를 얻었다.

아픈 사람들보다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들을 더 걱정한다. 평생 건강했던 사람이 아픈 사람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왜 정상까지 못 올라가? 이 쉬운 일을 왜 못해? 한 사람 몫은 한 사람이 해내야지. 나약한 소리 하지 마." 어떤 사회든 건강한 사람을 당연히 선호하게 마련이지만, 미성숙한 사회일수록 약한 사람을 외면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이 순식간인 듯하다. 나에게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마음이 있어도 온전한 몫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 부축과 기다림이 필요할 때도 있다. 아픈 사람들은 무임 승차자가 아니라 한 공동체에서 가장 인간다운 면, 친절한 얼굴을 끌어내는 소중한 일부다. 그 사실이 너무 자주 잊히는 게 염려된다.

특히 리더라면 아파 본 사람이 좋겠다. 건강해서, 행운을 타고 나서 시야가 좁아진 리더보다는 타인의 고통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강직하게 인내하고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리더는 이제 시대에 걸맞지 않다. 부축이 필요한 이들을 너무 많이 버려두고 걸어온 데서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이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양극화 심화에서 출산율 저하까지 전부 그렇다. 작은 집단에서부터 친절한 리더들이 는다면 아주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파 본 사람이 아니라면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만으로도 괜찮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타인의 고통에 민감해진다고 한다. 건강하지 못한 소설가들이 의외로 유용하지 않은가.

[정세랑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