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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진학을 점검하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5. 3. 27. 14:31
[기자 24시] 행복을 선택한 학생들
기사입력 2015.03.26 17:29:51 | 최종수정 2015.03.26 17: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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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로 진학해서 전문직을 가진 뒤에 안정된 삶을 살면 좋잖아요. 다 자식이 잘되라고 하는 건데요."

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형의 말이었다. 학교에서 공부를 꽤 잘한다는 자식을 자랑하며 의대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 아이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공계로 보내는 것은 어떠냐"는 기자의 말에 "고생하는 거 보기 싫다"는 답이 돌아왔다.

의대에 붙고도 서울대 공대를 선택한 학생들을 취재하면서도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공대로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의대를 권했다고 했다. 기사에 대한 반응도 한결같았다. "10년 뒤 후회할 거다" "아직 애들이라 몰라서 그래" "사회가 어떤지 모르는구나" 등의 의견이 돌아왔다.

우수한 학생이 의대를 선택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우수한 의사들이 많이 배출돼야 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장려해야 할 일이다. 의술이 한껏 발전해 우리나라가 의료강국이 된다면 이것도 기술 개발이나 벤처 못지않게 세계 속에서 한국이 이름을 떨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의대 광풍은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할 지경이다. 안정된 삶을 위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사회 엘리트층이 되기 위해서라는 말이 뒤따른다. 부모는 물론 주변 지인들은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고 있었다. 스무 살, 성인의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는 돈과 권력, 지위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던 셈이다.

취재를 하며 만난 학생들은 "주변에서 의대에 가라고 해서 싫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안정된 길을 택했다는 안도감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행복하게 사는 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지`만을 가르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사회를 움직이고, 이끌고 있는 우리 어른들이 한번쯤 고민해야 할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