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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것이 없는 것을 점검하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5. 3. 27. 14:27
[매경데스크]푸드트럭 1년, 달라진 게 없다
기사입력 2015.03.26 17:28:49 | 최종수정 2015.03.26 19: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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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기 두리원FnF 사장은 트럭 개조업자다. 그는 방송을 타며 한때 화제의 인물이 됐다. 대통령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20일 끝장토론 방식으로 7시간이나 이어졌던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였다. 그는 푸드트럭이 청년 창업의 좋은 수단인데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에 막혀 불법이 됐다며 규제를 풀라고 강변했다.

그의 말에 대통령이 귀를 쫑긋 세우자 관련 부처는 민첩하게 움직였다. 한술 더 떴다. 푸드트럭 개조 합법화를 골자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됐고 식품위생 관련 규제도 완화돼 몇 개월 후 시행에 들어갔다. 도시공원과 하천, 체육시설로 영업 장소도 확대했다. 그러면서 2000대 이상의 푸드트럭이 생겨 6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푸드트럭 합법화 후 대략 6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승인받은 푸드트럭은 70여 대에 불과하다. 영업하는 사람은 훨씬 더 적을 것이다. 정말 변한 게 없는지 이슈를 제기했던 배 사장과 최근 전화 통화를 해봤다. "트럭 개조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에 만족합니다. 주문요? 월 한두 대 늘었을 뿐입니다. 이해당사자들이 많아 (규제가 풀려도) 사업이 쉽지 않네요."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푸드트럭이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배 사장이 언급한 `이해당사자`에서 찾을 수 있다. 푸드트럭은 이해당사자인 길거리 상점과 정면 충돌한다. 이들 상점은 지방자치단체와 체육시설, 놀이공원 등 관리 기관의 허가를 받아 영업한다.

관리자는 길거리 상인들의 사정을 잘 안다. 대부분 같은 동네 사람이라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인근에 경쟁 점포가 생기면 어떤 타격을 받는지 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굴러온 돌`인 푸드트럭을 허가해주기가 쉽지 않다.

푸드트럭의 장점은 이동성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푸드트럭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랬다가는 영업 제한 장소까지 침범할 수 있고, 합법적으로 개조된 푸드트럭은 다시 불법이 되고 만다. 결국 푸드트럭은 허가받는 특정한 곳에서만 영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길거리 상점과 똑같아진다. 기존 상권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푸드트럭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해당 길거리 상권은 시끄러워질 소지가 크다. 이럴 게 뻔한데 어떤 공무원이 푸드트럭을 확산시키려고 하겠는가? 공무원들이 각종 이유를 들어 푸드트럭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는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말 예상하지 못했을까?

푸드트럭은 문을 열고 닫는 일이 간편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으니 다른 상점들이 영업하지 않는 시간을 활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주변 상권과 겹치지 않는 아이템을 가지고 장사하면 수익을 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 역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장사는 사람이 많이 다닐 때, 잘 팔리는 상품을 가지고 해야 한다. 같은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한곳에 모여 비슷한 시간대에 영업하는 이유다.

그것을 피해 장사하라는 것은 푸드트럭을 하려면 수익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푸드트럭 창업도 가난한 청년이나 서민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는 시간대를 피해, 그것도 특이한 상품을 선택하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푸드트럭 규제 완화는 처음부터 효과가 제한된 것이었다. 손해를 보는 이해당사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푸드트럭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 완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직시하면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할 규제 완화는 지천에 널려 있다.

[장박원 중소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