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제대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라

[기자 24시] 벤처창업을 정말 살리려면
기사입력 2015.07.15 17:33:01 | 최종수정 2015.07.15 17:34:07	0 0 싸이월드 밴드

지금 이 칼럼에 값을 매긴다면 얼마일까?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 것은 최근 만난 한 벤처 업계 관계자의 말 때문이다. 보안소프트웨어 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인 그는 여전히 구시대적 방식에 의해 개발 제품의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조달 시장과 대기업에서는 개발자의 등급을 상중하로 나누고 정해진 노임을 시간에 곱해 결과물에 대한 값을 책정하고 있다고 한다. 제품이 얼마나 창조적인지에 대한 `실제 가치`는 반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쓰거나 자료를 꼼꼼히 찾아 공들여 쓴 칼럼인데 그 내용에 대한 가치는 생각지 않고 기자의 `연차`나 `칼럼을 쓴 시간`만 보고 글의 가격이 얼마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난 12일 매일경제가 기획한 벤처 1세대와의 방담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벤처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미래 가치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창의적 인재를 키우려면 창조물에 대한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려는 `오뚝이 기업인`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쌓아온 노하우는 사회적 자산이다. 외국에서는 실패를 경험 자산으로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한국은 사업에 대한 열정과 충성도를 가진 이들을 너무 쉽게 사장시킨다. 한 재기 기업인은 한 번 실패로 인해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제약보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더 견딜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용불량 위험이 사라지면 창업하겠다는 대학생 비중이 10.5%에서 69.4%로 무려 6.6배나 증가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이 얼마나 녹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사다. 아쉽게도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는 이런 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청년 창업자에 대한 연대보증을 과감하게 없애지 못하고,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관련 예산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는 게 단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