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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최저임금으로 기본적 생활이 가능하게 하라

신오덕 2015. 7. 17. 10:40
[사설] 英 캐머런 정부의 노동개혁을 보라
기사입력 2015.07.17 0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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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강력한 노동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개혁은 특히 의료, 교육, 교통, 소방과 같은 핵심 공공서비스 분야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을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업 찬반 투표에 조합원의 50% 이상이 참여하고 전체 조합원의 40% 이상이 찬성해야 합법적인 파업으로 인정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투표율과 상관없이 단순히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을 하는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요건이다. 이와 함께 파업 참가 근로자를 대체하는 임시 근로자 사용에 대한 제한을 없애고 노동당에 대한 후원금 성격의 정치분담금을 걷을 때 조합원 개개인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런던 지하철 노조가 13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캐머런 총리는 1980년대 전투적 노조와 전면전을 벌였던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가장 강력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30여 년 전 대처 정부는 동조파업에 대한 면책 범위를 축소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조합원들을 보호하는 것을 비롯해 일련의 노동조합 관련 입법을 통해 당시 `영국병`으로 일컬어지던 극심한 파업 사태를 진정시켰다. 캐머런 정부는 한편으로는 저소득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대폭 올려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 부문 노조의 세를 꺾으려는 양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캐머런이 개혁에 성공하면 영국은 유럽에서 노사관계가 가장 안정된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조합원이 많고 우편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하는 공공 부문 노조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종종 파업을 벌였던 영국 공무원노조(PCS)는 지금껏 한 번도 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50%를 넘은 적이 없다.

캐머런의 개혁은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공공·노동·금융·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노동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25위를 차지했지만 노사관계에서는 57위로 꼴찌 수준이다. 영국의 개혁을 본보기로 노동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